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가 급여를 지난해 대비 30% 삭감하기로 했다. 보유장비 매각과 노선 재검토도 추진한다. 전 세계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여파에 휘청이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사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ANA가 올해 동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급여를 삭감함으로써 전 직원 평균연봉이 지난해 대비 30%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ANA가 동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1962년 이후 처음이다. ANA 경영진은 앞서 하계 상여금도 절반만 지급했다.
ANA가 일반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한 것은 2000년 이후 20년만이다. 지난 4월부터 임원과 경영진에게 적용했던 급여 삭감 범위를 이번에 직원 1만5,000여명까지 확대한 것으로 종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올 봄부터 실시한 일시귀휴 제도를 계속 실시하는 한편 최대 무급휴직 기간도 2년으로 정했다. 노조에는 희망퇴직 방안 실시도 제안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여행 수요와 승객 급감이 직격탄이었다. ANA의 올 4~8월 승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국내선은 82%, 국제선은 96%가 각각 급감했다. 4~6월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1,088억엔(약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인건비 감축 외에 보유장비 매각과 채산성 없는 노선 정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업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다. 영국항공(BA)은 직원의 30%인 1만3,000명 감원 방침을 밝혔고, 이미 8,200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독일 루프트한자도 2만2,000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정부의 급여 보조가 끊긴 이달부터 1만9,000명에 대해 일시귀휴를 실시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달부터 해외출장에서 귀국하는 일본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귀국 후 2주간 격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분히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다만 방역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음을 우려해 해당 기간 숙소와 사무실 왕복만을 허용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하는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