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재’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사랑은 각별하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선 특정 대상에 대한 독설은 물론이고 회사의 주요 전략이나 비전, 소식 등을 여과없이 만나볼 수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에 지금 이 순간에도 3,900만명 이상의 팔로워가 북적대는 이유다. 머스크는 하루 평균 6건의 트윗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선 머스크의 트위터가 가장 효과적인 광고이자, 마케팅 통로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슬라는 급기야 최근 미국내 본사 현지의 홍보조직까지 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SNS가 기업 수뇌부들의 소통창구로 주목 받고 있다. 미래의 주요 고객층인 젊은 세대와 실시간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데다,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각된 비대면 접촉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부각되면서다. 최근 들어선 국내에서도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 확보와 더불어 특정 메시지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파격적인 SNS 소통으로 유명하다.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43만여명을 확보한 ‘SNS스타’다. 앞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흠집 등으로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감자’를 대량 매입한 직후 직접 요리한 사진을 올리자 해당 감자는 인기상품으로 둔갑했다. 지난 6일엔 스타필드 안성을 방문한 정 부회장이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찍은 사진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SNS상에 “사진 찍으시는 분이 벗으라는 데 #어쩌라고 하튼 현장 와보지도 않고”라는 대응은 누리꾼들에게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재계에선 손 꼽히는 ‘SNS 소통의 달인’이다. 박 회장은 주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한상의가 주장하는 규제 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상의에서 진행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 영상 시리즈를 게시했는데, 박 회장이 직접 해당 영상들의 내래이션을 맡기도 했다. 두산그룹 회장을 맡고 있던 2010년엔 두산, 두산중공업 주가가 급락하자 트위터를 통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답한 뒤 주가가 회복하기도 했다.
SNS 소통에 관해선 포털 다음 창업자이자 쏘카 대표를 역임한 이재웅 전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가 ‘타다 금지법’ 통과를 밀어붙이고, 검찰이 본인을 기소했던 지난해 말,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 계정에 연일 날선 반응을 쏟아냈다. 이틀에 하나 꼴로 페이스북을 통해 “타다 금지법은 150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다를 바 없다”며 “해외 토픽감”이라고 비난하거나, “타다에서 얻는 이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법안 폐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기업 CEO들의 SNS 소통에 대한 반응은 진정성 측면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민감한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오해를 불러오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서다. 실제 과거 정 부회장은 SNS에서 기업형 슈퍼마켓, 골목상권 침해 등의 민감한 이슈를 놓고 타 기업과 논쟁을 벌이며 부정적 이슈의 중심에 섰고, 여성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려 대중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국회,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쏘카의 자회사이자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의 공식입장으로 비춰져 홍보팀이 진땀을 빼는 상황이 연출됐다.
업계 한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팀 입장에서는 오너의 SNS 활동에 대해 대변이 가능한 부분만 조심스럽게 답변하는 정도로 대처한다”며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해서 오너의 개인 SNS 계정 운영까지 회사 차원에서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 말했다.
이와 같은 ‘리스크’ 때문에 대부분 조직들은 아직까지 대외협력이나 홍보팀을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 총수들도 공개적인 SNS 활동보다는 사내 방송이나 회사 유튜브 채널 등을 이용해 소통을 늘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20’ 행사를 알리기 위해 사내 방송에 출연, 라면 먹방 등 예능감을 뽐내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사내 방송에 출연해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