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라 불리는 최재성 정무수석이 당ㆍ정ㆍ청간 조율의 키를 잡은 뒤 나타난 변화다. 최 수석은 당 지도부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의 목소리를 모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당심과 민심에 더욱 귀 기울여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를 틀어막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최 수석이 자기 색깔을 분명하는 것을 두고, ‘포스트 노영민 청와대'로의 체질 전환 시도로 보는 이들도 있다.
'유통업계 추석 매출 50% 증가'라는 깜짝 특수로 이어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일시 완화 조치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최 수석의 합작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들을 위해 올해 추석에 한해 농ㆍ축ㆍ수산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자고 이 의원이 먼저 제안했다. 최 수석이 이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추진해 보라”며 즉각 수용했다고 한다. 최 수석의 ‘SOS’를 받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까지 발벗고 나서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마무리됐다. 시행령 개정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 수석이 당청 가교를 자임하며 발벗고 나선 데 대한 민주당 기류는 나쁘지 않다.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는 결론을 정해두고 하는 데다 당 대표ㆍ원내대표 등 당권파가 중심이라 한계가 컸다. 지난달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통신비 전국민 지급’ 문제를 놓고 여권이 자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인 건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7일 “최 수석이 밤낮으로 여의도를 찾아 여당 의원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 수석의 ‘식사 정치’가 초선이나 비주류 의원들에겐 청와대와의 소통 갈증을 채워주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수석의 광폭 행보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이후 ‘3기 청와대’로 개편되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 실장은 연말쯤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최근 적지 않은 수의 청와대 행정관급 참모들이 교체되거나 자리를 이동하는 등 '포스트 노영민 체제'로의 연착륙 준비가 이미 시작된 징후도 있다.
최 수석 취임 이후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정무조정회의를 신설한 것 또한 최 수석의 위상을 보여 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어느 행사에 참석할지 등 정무적 판단을 하는 회의"라며 "국정상황실이 담당했던 기능을 정무수석실로 옮겨 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든, 노 실장이 주재하는 회의든, 최 수석은 매번 정무적 의견을 활발하게 낸다”며 “정무수석의 발언권이 어느 때보다 세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