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에 이주 앞둔 3기 신도시 주민들 근심 가득

입력
2020.10.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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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시지가 기준 보상비 풀리는데
올해 아파트값 20% 급등…


3기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천현동) 주민 이모(55)씨는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잔다. 내년에 이사해야 하지만 살고 있는 단독 주택(대지 330㎡ㆍ건물 99㎡)을 내주고 받는 보상비로는 새집을 구하기 힘든 탓이다. 잘해야 공시지가 기준 5억원(예상) 정도의 보상비를 받을 텐데,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떼면 손에 쥐는 돈은 4억원 남짓. 하남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집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는 “매매는커녕 전세도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3기 신도시 수용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보상을 앞두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보상비를 받으면 집을 내주고 나와야 하지만,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때문이다.

7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1월 3.3㎡당 2,082만원에서 8월 2,436만원으로 17%나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봐도 지난 1월 7억6,000만원(8층)에 매매됐던 선동 미사강변센트리버 전용 85㎡짜리가 지난달 9억3,000만원(8층)에 매매됐다. 망월동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 85㎡ 역시 지난 1월 8억5,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으나, 지난달 11억원(7층)을 넘기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하남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4% 상승했다.

남양주 왕숙 등 다른 3기 신도시 주민 사정도 마찬가지. 이덕우 왕숙지구 창고 국민대책 위원장은 “지금 받는 보상비로는 남양주에 집을 얻어 이사 간다는 게 어림도 없다”며 “내년에 3기 신도시 보상비가 풀리면 집값이 또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주민 대다수가 정든 고향을 떠나 외곽지역으로 쫓겨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남양주 역시 지난 1월 3.3㎡당 952만원 수준이던 아파트값이 8월에는 1,148만원으로 20% 이상 상승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 급등 여파로 보상금 산정 기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가파르게 뛴 부동산 가격은 보상비에 제대로 반영이 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토지보상의 경우 ‘지구지정일’ 당해 년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모두 지난해 지구지정이 돼 작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이 진행된다.

수용지구 주민들의 아우성에 하남시도 곤혹스럽다. 시 관계자는 “집값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원주민의 이주 문제가 걱정”이라며 “임대 아파트와 이주자 택지 제공 등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원주민이 삶의 터전에서 떠나지 않도록 조성 원가의 70% 수준의 이주자 택지는 물론 임대주택까지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주 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도 원주민 피해가 없도록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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