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억울해요"...'3번'은 심리해야 손 들어준 조세심판원

입력
2020.10.07 14:40
조세심판원, 3회 심리하면 69.7%... 1회는  고작 15.1% 인용


정부의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납세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심판결과를 분석한 결과, 납세자 의견이 인용되는 경우가 심리 횟수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조세심판원이 심리 횟수에 따라 심판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서 받은 ‘2019년 심판관회의 개최 횟수별 인용 현황’에 따르면, 납세자의 이의가 받아들여진 인용율이 1회 심리의 경우 15.1%에 불과했지만, 2회 54.9%, 3회 69.7%까지 치솟았다. 즉 3회까지 심리가 진행되면 10명 중 7명은 납세자가 기존의 과세처분을 수정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조세심판 사건은 1회 심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전체 심판 건수는 1만1,703건이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9,858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단 1회 심리로 끝난 사건은 전체의 9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억울한 과세 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조세심판원에서 구제를 받지 못하면 정부를 상대로 지난한 법정 소송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정부가 세금을 잘못 부과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지급한 소송비용만 최근 3년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 측은 "급증하는 청구 사건에 비해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두현 의원은 “조세심판관 회의가 한 차례 더 열릴 때마다 납세자 구제 비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며 “절차를 효율화해서라도 충실한 심리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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