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향후 공개 활동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재직하다 망명한 뒤 정치판에 뛰어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처럼 김정은 체제 비판에 공개적으로 나설 경우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은 더욱 크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에 머물고 있고 망명 뒤 지난 1년 3개월간 은신해온 점 등으로 미뤄 당장 공개 활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자신의 부인,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지만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북한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대리와 20년지기라는 태영호 의원도 7일 입장문에서 "조성길이 북한 대사관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딸을 데려오지 못했고, 북한은 조성길이 대사관을 탈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즉시 대사관 직원을 시켜 그의 딸을 평양으로 강제로 귀환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 외교관이 제3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 북한이 '배신자'로 규정해 가족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가혹할 것이란 게 태 의원의 설명이다. 태 의원은 "탈북 외교관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과 해를 가하는 발언 등을 하는 경우 북한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에 두고 온 자식들과 일가 친척들의 안위를 생각해서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있는 딸이 사실상 '볼모'로 잡혀 있는 만큼 조 전 대사대리가 공개 활동에 나서기는 어렵고, 그의 한국행 자체가 언론에 알려진 것부터 우려스럽다는 얘기다.
조 전 대사대리가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정부와 약속했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정부에게도 조 전 대사대리가 망명 후 대북 비판에 나설 경우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가족이 북한에 남아 있는) 조성길 입장에서나,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부담스러웠던 정부 입장이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의 한국행이 의도치 않게 공개된 이후 대북관계 상황에 따라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