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위험하다.”
입원 치료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 한 마디가 미국사회의 분노 지수를 급격히 끌어 올렸다. 자신이 감염병 환자이면서도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언론은 즉시 ‘팩트체크(사실확인)’에 나섰다. 결론은 완벽한 거짓. 그간 마스크 착용을 등한시하고 잘못된 보건 정보를 전파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후에도 계속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독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백신이 있어도 매년 10만명 이상이 독감으로 사망한다”고 썼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 나왔다. 그는 “나라를 폐쇄할 것인가? 아니다. 그것(독감)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훨씬 덜 치명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구체적 수치를 들이밀며 트럼프의 논리를 반박했다. 독감으로 지난 5년간 사망한 사람 수보다 코로나19 발병 후 숨진 이(약 21만명)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내 독감 사망자 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연간 1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3만6,000명 수준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2017~2018년 시즌에도 6만1,000여명이 숨졌다. 단 7개월 동안 20만명 넘게 목숨을 잃은 코로나19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여기에 피해 전망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는 역대 어느 감염병보다 치명적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오는 가을ㆍ겨울 환자가 대폭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 아메리칸대 화상 행사에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최대 40만명까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워싱턴대 연구에서도 12월 1일까지 사망자가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바이러스 자체의 전파력을 떠나 대통령의 이런 가벼운 언행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언론은 우려한다.
감염병을 대하는 트럼프의 떨어지는 공감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특급 치료’를 받는 대통령과 일반 환자들의 처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몇 시간 안에 검사를 진행하고 실험적 치료까지 받은 트럼프는 돈과 권력으로 최고의 의료 혜택을 누렸다”면서 소수의 미국인만 공유하는 경험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