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짖다가 끝났다"면서도… '쿼드' 포위 공세에 초긴장

입력
2020.10.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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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ㆍ印ㆍ호주, 대중관계 이견... 공동성명 무산
中 "나토 수준 집단안보 어려워"... 겉으론 느긋
중국과 영토갈등 日ㆍ印, 군수협정 결속 과시
美, 인도와 군사훈련도... 대중 봉쇄망 강화 주력

"짖지만 물지는 않았다."

6일 도쿄에서 열린 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에 대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평가다. "중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블룸버그통신)이란 예상과 달리 4개국은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회의를 앞두고 "폐쇄적ㆍ배타적 편가르기는 안 된다"(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신경을 곤두세웠던 중국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미국 빼면 따로 논다… 중국의 ‘갈라치기’

미국이 참가한 전체회의 이후 일본ㆍ인도ㆍ호주 외교장관은 각각 별도 양자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산당의 위협'을 강조하며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3개국은 중국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미국의 압박에 마냥 장단을 맞추기 어려운 처지다. 인도는 국경 유혈충돌로 중국과 험악한 사이이지만, 비동맹노선이 뿌리 깊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우방인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결성한 브릭스(BRICS)의 멤버이기도 하다.

일본도 정상국가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해 대만해협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핵심이익'에는 가급적 얼굴을 붉히지 않고 있다. 호주는 미국의 충실한 추종자로 중국에게 거슬리는 존재이지만, 인구와 경제력 면에서 비할 바가 못 돼 중국이 '신발 밑에 붙은 껌'이라고 멸시할 정도다.

미국은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수준의 집단안보체제로 발전시킬 참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을 감안하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션이(沈逸) 중국 푸단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7일 "미국이 일본 자위대에게 평화헌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군사활동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를 상당수 운용하고 있어 미국과 호환성이 떨어지는데다 군을 현대화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집요한 중국 ‘옥죄기’

이처럼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에 타격을 가할 '한 방'은 없었지만, 대중 봉쇄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국경지역 영토와 해상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맞붙고 있는 인도와 일본 간 결속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지난달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퇴임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도 인도와의 군사협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막판까지 의욕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향후 한국ㆍ뉴질랜드ㆍ베트남 등을 추가로 끌어들여 '쿼드 플러스'로 몸집을 키울 경우 인도ㆍ태평양지역 길목에 위치한 양국의 군수협정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국의 공통관심을 반영하듯 일본 해상자위대는 앞서 2015년부터 인도 주관 해군훈련에 참가해왔다. 인도는 중국이 2008년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발을 들인 이래 인도양 지역에 병력을 상시 배치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이에 2014년 '신동방정책'으로 기조를 바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도 힘을 보탰다. 미 해군은 3일 P-8A 포세이돈 초계기를 투입해 인도 뱅골만의 전략 요충지인 안다만제도에서 병참지원을 받았다. 미국과 인도가 2016년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이래 미 군용기가 안다만제도에 착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히말라야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직후인 7월에는 미 니미츠 항공모함전단이 뱅골만에서 인도 해군의 구축함ㆍ잠수함 등과 기동훈련을 실시하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내에서는 "우리를 저지하려는 목적과 의도가 명백하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남중국해 군사훈련에 인도가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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