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은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 두 명의 여성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국내 과학계는 ‘유전자 가위’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의 또 다른 석학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수상을 놓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52, 프랑스 출생)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와 제니퍼 다우드나(56, 미국)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현재 생명과학과 신약개발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퍼(CRISPR)-카스(Cas)9’이라는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퍼’는 유전자(DNA)의 특정 위치를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카스9은 그 위치를 정확히 잘라내는 효소를 뜻한다. 이 과정은 모두 세포 내 화학반응으로 이뤄진다.
크리스퍼 카스9은 애초에 세균의 면역시스템에서 발견됐다. 이번 수상자들은 이를 응용하면 특정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세균 세포에서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에서 원하는 위치를 정확히 잘라낼 수 있어 유전자 가위라는 별칭을 얻은 이 기술은 기존 1, 2세대 유사한 기술들보다 더 정확하게 작동했다. 현재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는 생명과학 실험에 흔히 쓰일 뿐 아니라 유전자 치료나 세포 치료 기술 개발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 단장은 이들의 원천기술을 사람 세포를 비롯한 여러 동식물 세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수상자 후보군에 들었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 수상자들 이전에 크리스퍼 카스9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힌 과학자도 있고 김 교수처럼 응용 영역을 확장한 과학자도 있는데, 노벨위원회는 초기 학문적 발견이나 응용 업적보다 기초과학을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한 수상자들의 ‘중개 과정’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 단장은 노벨화학상 발표 소식 직후 본보와 통화에서 “받을 학자들이 받았다”며 “앞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수상자인 다우드나 교수 연구진과 8년간 유전자 가위 기술 미국 특허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