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노동개혁' 카드에 뿔난 노동계… "도로 박근혜당"

입력
2020.10.07 08:28
한국노총ㆍ민주노총 "쉬운해고 하겠다는 뜻"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내든 노동 관계법 개정 카드에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총은 이를 두고 "도로 박근혜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노총도 '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5년 전 집권당 시절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밀어붙였다"라며 "소위 쉬운 해고, 임금삭감을 노동개혁으로 포장을 해서 밀어붙였던 바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야당이 이걸 당시 집권당처럼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국민의힘이 도로 박근혜당이다, 이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의 반발은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 유연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 관련법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정경제 3법' 병행 추진을 제안하면서 나왔다. 노동계에서는 노동 유연성 재고를 '쉬운 해고'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인용, 세계 141개국 중 우리나라의 고용, 해고 문제는 102위이고,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에 위치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는 수치라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WEF는 노동시장 규제를 비용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국제사회 전문가들로부터 해고ㆍ채용 관행 조사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의 제안이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음)"이라며 "알맹이 빠진 공정경제 3법을 내주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빼앗는 노동개악을 통해 준 것보다 더 큰 것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아적 생각에 헛웃음만 나온다. 왜 대다수 국민이 국민의힘을 '국민의 짐'이라 부르는지 되돌아보기 권한다"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빙자해 국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하자"라며 김 위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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