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낙태죄 부활, 위헌적 개정"…정부안에 반발

입력
2020.10.07 06:31
정부, 낙태죄 존속시키되 임신 14주까지 허용 '가닥'
법무부 양성평등 업무 서 검사 "힘 한계로 못 막아"

서지현 검사는 정부가 낙태죄를 존속시키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를 낙태(인공 임신중절)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을 두고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7일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권적 측면을 떠나서도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 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의 이번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 예고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 낙태까지 처벌하는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처럼 낙태죄는 유지되지만 '임신주수'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게 골자다.

서 검사는 "낙태죄가 사문화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성들이 이를 기화로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마구 낙태를 하였다는 통계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태죄가 두려워 낙태않는 여성은 없다. '불법화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며 "그러니 실효성 없는 낙태죄 존치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으로 그토록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태아의 생명이 가장 소중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여성"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생명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국가가, 그런 사회를 만들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노력은 없이 그저 그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처벌'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법무부 안에서 결국 이를 막지 못한 제 힘의 한계가 아프고 또 아프다"라면서 글을 맺었다. 그는 올해 1월 법무부 양성평등 업무 담당으로 발령받았다. 또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앞서 '낙태죄 비범죄화'를 권고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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