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주 블랙홀의 비밀을 푸는 데 기여한 영국과 독일, 미국의 천체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로저 펜로즈(89, 영국 출생)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라인하르트 겐첼(68, 독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안드리아 게즈(55,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캘리포니아대 교수 3명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겐즈 교수는 여성으로서 역대 4번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펜로즈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견됐지만 실제로 존재할 지 의문이 있었던 블랙홀의 존재를 1965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겐첼과 게즈 교수는 대형 망원경으로 우리은하에 있는 별들의 공전 운동을 관측하면서 정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2004년 확인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상자들은 관측 데이터를 통해 우리은하 중심에 보이진 않지만 질량이 매우 큰 물체가 있음을 알게 됐고, 이것이 블랙홀이 아니라면 별들의 공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이론과 실험 연구가 나눠 받은 셈이다. 따라서 상금(900만 스웨덴크로나, 약 11억7,300만원)의 절반은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으로 입증한 펜로즈 교수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이를 관측으로 확인해낸 겐첼 교수와 겐즈 교수가 나눠 갖게 된다. 펜로즈 교수는 2018년 세상을 떠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도 함께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물리학자들은 만약 호킹 박사가 살아 있었다면 이번에 공동 수상했을 거라는 추측도 내놓았다.
겐첼 교수의 제자인 샤샤 트리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날 수상 소식을 듣고 “전혀 놀랍지 않다(충분히 수상할 만하다)”며 “흥미롭고 도전적인 연구였다”고 말했다. 트리페 교수는 블랙홀로 끌려 들어가는 가스가 마찰 때문에 빛을 내는 현상을 겐첼 교수 연구실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천체물리 분야는 최근 여러 차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지난 2017년엔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한 연구가, 2019년엔 우주의 구성 물질과 외계행성을 확인한 업적이 각각 수상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관측 기술의 발달로 천체물리 분야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