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쏟아지는 '조두순 방지법' 논란

입력
2020.10.07 04:30
24면

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면서 흉악범죄자 사후 관리 대책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이나 기존의 보호관찰만으로는 이들의 재범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조두순과 같은 위험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을 가장 강력한 조치로는 ‘보호수용제도’가 꼽힌다. 연쇄살인범, 상습성폭행범 등을 형기가 끝난 뒤에도 일정기간 시설에 수용ㆍ관리하는 제도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보호수용법 제정 청원에 6일 현재 8만3,000여명이 동의했을 정도로 찬성 여론은 비등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2015년 법무부도 살인 2회 이상, 성폭력 2회 이상, 13세 미만 아동대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최장 7년 동안 보호수용할 수 있는 보호수용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인권 침해와 이중처벌의 위험성 등이 제기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두순 출소가 임박하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2015년 법무부의 보호수용법안 마련에 관여했던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정부안은 인권 침해, 이중처벌, 소급적용 불가라는 보호수용제도의 3가지 문제점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소자를 치료 목적으로 교정시설과 별개의 시설에 머무르게 한다면 보호수용제도와는 다르다”면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대1 보호관찰이나 접근금지 명령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1대1 보호관찰은 보호관찰관의 부담이 너무 크고, 많은 가정폭력사건에서 보듯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는 사례도 숱하다”며 “가해자를 격리시키는 보호수용제도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호수용제도는 재범우려가 큰 범죄자를 일정기간 청송감호소에 수용해 인권문제를 낳았던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호감호제’(2005년 폐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반박도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형법)교수는 “보호수용제도는 형벌이 아닌 치료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의 제재라는 면에서 다르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본질도 동일하다”면서 “사법기관이 관리하기 힘든 골칫거리 범죄자를 자의적으로 격리시설에 가둬버리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도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논란 속에 21대 국회에서도 보호수용제도를 포함한 ‘제2의 조두순방지법’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여당은 대체로 접근금지 관련 법안을 내고 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은 미성년자 성폭력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의 이동을 주거지에서 200m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같은 당 정춘숙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위원장)은 가해자의 접근 거리를 피해자의 집으로부터 1㎞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보호수용제 입법안은 야당에서 나왔다. 국민의 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양금희 의원 대표발의)는 상습살인범, 상습성폭력범, 아동성폭력범을 보호수용(10년 이하)하는 보호수용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2015년 법무부안과 대동소이하다.

보호수용제 도입과 관련해 법무부는 “보호수용 판결에 따른 불이익이 유죄판결에 따른 불이익에 못지않아 인권 침해, 이중처벌 등 논란이 있는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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