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의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 상품을 더 자주 노출되도록 한 네이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플랫폼시장의 경쟁을 왜곡하고, 검색 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쇼핑분야 검색서비스 시장 점유율 70%의 절대 강자다.
6일 공정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자사 오픈마켓 서비스가 출시된 2012년 4월 전후로 11번가, G마켓 등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내렸다. 반면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지수에는 가중치를 1.5배 부과해 상품 노출 비중을 높였다.
네이버페이 출시를 앞둔 2015년 6월에는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풀어주기도 했다.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오픈마켓 상품이 검색 결과를 도배하는 현상이 우려되자, 자사 상품 노출 개수를 일정 수준으로 줄이는 치밀함도 보였다.
네이버의 이런 행위로 오픈마켓 시장 판도는 급변했다.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로 급증했지만 경쟁사 점유율은 최대 10%포인트 이상 빠졌다. 기존 오픈 마켓 1위 사업자인 A사의 시장 점유율은 27.03%에서 21.78%로 떨어져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네이버는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도 자사에 유리하게 검색 알고리즘을 개편했다.
2017년 8월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경쟁 플랫폼을 차별 대우한 것이다. 그 결과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1주일만에 22%나 증가했고, 아프리카TV(-20.8%), 판도라TV(-46.2%) 등 경쟁사 동영상 노출 수는 일제히 줄었다.
검색 서비스 사업을 하는 네이버가 11번가, G마켓 등과 똑같은 오픈마켓 서비스에 뛰어들 때부터 불공정 논란은 제기돼 왔다. 경쟁업체들은 "네이버가 오픈마켓 서비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불리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특히 이번 공정위 발표로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왔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쇼핑은 물론 뉴스 등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전반으로 신뢰성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네이버 부동산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데 이어, 쇼핑과 동영상 사업에도 267억원의 과징금을 연달아 부과하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또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ICT(정보통신기술)분야 불공정행위 대응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급증 추세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거래 분야에 공정 경쟁 질서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꼭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발표에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악의적 지적으로 사업활동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