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립대의 보직 교수 중 여성 비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교육부 계획이 20년 째 공염불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들불처럼 번진 대학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에도 국립대에선 학칙 개정, 감사, 징계 등 대학 운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권이 남성 교수들에게 여전히 쏠려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올해 6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거점 국립대학에서 총장이 임명하는 보직 교수의 86.6%을 남성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교수는 13.4%에 불과했다. 대학 내 여학생의 비율은 39.1%, 여성 직원은 52.5% 규모다.
교육부는 2000년 전국 국립대에 ‘각 보직 및 대학 내 주요 위원회에 여성 교수 참여 비율을 20% 이상 되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학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 교수가 소외돼 대학 및 사회의 성차별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실적을 국립대 평가 항목에 반영해 재정 지원과 연계하겠다고도 했지만, 20년째 헛돈 셈이다. 전국 10개 지역 거점 국립대 가운데 경북대, 전북대, 충남대 등 3곳은 부총장 및 처장급 교수 가운데 여성이 0명이었다.
이탄희 의원은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전국 주요 국립대에서 여성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거나 제대로 대변할 의지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턱 없이 부족한 여성 보직 교수 비율 확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