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있기 지루해" 5일 조기 퇴원 추진은 트럼프 지시

입력
2020.1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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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수칙 어기고 병원 밖 '깜짝 외출' 강행
취재진, 백악관 직원도 모른 상태에서 즉흥 추진
의학 전문가 "덱사메타손 투약하는데 조기 퇴원 안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2차례나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던 상황이 확인됐다. 백악관과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5일(현지시간) 퇴원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건강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조기 퇴원 추진은 “병원에 있는 게 지루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라는 보도도 잇따랐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병원 밖 외출을 강행해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의료진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치료 중인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 치료 경과를 공개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코로나19 확진 후 2일과 3일 두 차례 산소포화도가 정상 기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일반적으로 95% 이상이면 정상으로 간주되나, 94%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환자에게 처방되는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의료진이 공개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를 2차례 투약했다고 콘리 주치의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상 트럼프 대통령 폐에 손상이 있는지, 음압병실 치료 중인지 같은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치료 경과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 일원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계속 양호하다면 이르면 내일(5일) 백악관에 돌아가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퇴원시키는 것이 우리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인사들에게 ‘5일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의학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의학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을 투약할 정도의 코로나19 환자가 사흘 만에 퇴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참모들 사이에서도 조기 퇴원은 정치적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상태가 악화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고 전했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5일 "오전에 의료진과 만난 뒤 퇴원 여부는 오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진과 다르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심각한 것처럼 설명한 메도스 실장을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치고 나가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급해 하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건재 과시를 위해 병원 밖 ‘깜짝 외출’도 강행했다. 2일 오후 그가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한 뒤 지지자들은 병원 바깥에 모여 지지구호를 외치고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후 병원 바깥으로 잠시 경호차량을 타고 나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복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즉흥적 결정 탓에 백악관 공동취재단이 취재를 못했고, 백악관 관계자 대부분도 공지조차 받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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