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용이 될 것 같더니 뒤로 갈수록 뱀의 모습이다. 지난 1월 ‘창단 원년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목표로 삼고 새 깃발을 휘두른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얘기다.
시작은 화려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격인 허정무 하나금융축구단 이사장, 2002 한일월드컵 주역 황선홍 감독이 전면에 나섰고, 든든한 재단 지원 아래 시즌 초반부터 안드레(23), 바이오(25), 채프만(26), 에디뉴(26) 등 값비싼 외국인 선수들을 사들였다. 골키퍼 김동준(26) 영입에는 K리그2 구단 이적으로는 이례적으로 10억원이 넘는 이적료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은 시즌 초반 안드레가 펄펄 날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제주, 수원FC 정도가 우승 경쟁상대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흔들리더니 지난달 8일 황선홍 초대감독이 뜬금없이 사임했다. 이후 강철 감독대행에게 넘겨진 지휘봉은 다시 조민국 감독대행에게 넘어갔다. 황 감독 사임 이후 대전 성적은 1승 3패다. 제주, 서울이랜드에 2연패를 당한 뒤 지난달 27일 안산에 2-1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4일 충남아산에 2-3으로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7월 독일 2부 분데스리가 홀슈타인 킬에서 대전으로 이적한 서영재(25)가 이날 전반 23분 퇴장 당한 게 뼈아팠다지만, 결과적으로 대전은 이날 패배로 6경기를 남겨둔 이번 시즌 K리그2의 우승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위 제주와 승점 14점차, 2위 수원과 승점 12점차까지 벌어지면서다. 오는 24일 제주와 수원 두 팀과의 맞대결도 있어 대전이 10점 이상의 승점차를 극복하고 우승을 내다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겨우 겨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만, 요즘 분위기로 봐선 4위까지 진출 가능한 준플레이오프 진입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현재 3위 대전(승점 33)부터 6위 전남(승점 30)까지의 승점 차는 단 3점이다. 당장 오는 10일 제주와 우승 경쟁을 벌이는 수원을 만난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 3위 자리도 위태한 상태다. 이후에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사활을 건 전남(10월 24일), 경남(11월 7일)과 맞대결까지 앞두고 있다. 아산전을 마친 후 ‘3위 유지’에 의미를 둔 조민국 감독대행의 시각은 구단을 바라보는 이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