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로나 폭증에 속속 '재봉쇄' 돌입

입력
2020.10.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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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ㆍ프랑스 일일 신규 확진자 최다
초기 방역 성공했던 중부까지 재확산
영국, '모든 모임 금지' 등 규제책 마련

영국ㆍ프랑스에서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초 급속한 확산에 강력한 봉쇄로 겨우 안정세를 찾았던 유럽 주요국이 잇따라 재봉쇄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이날 역대 최다인 2만2,961명으로 집계된 소식을 전하며 "영국 정부가 지난 봄 시행했던 봉쇄 조치보다 훨씬 더 강화된 재봉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입수한 지난달 30일자 정부 문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제안'에 따르면 호텔ㆍ관광ㆍ레저 관련 업종은 영업을 할 수 없게 되고, 외부의 모든 사회적 접촉이 금지된다. 야간시간대 외출도 제한된다.

영국 보건당국은 전날 일일 확진자가 1만2,872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이날 2만명대로 올라선 데 대해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 1만5,841명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중 확진된 이들이 최장 8일간 공식 통계에서 빠졌다는 얘기여서 감염 경로 추적에 큰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유럽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프랑스는 전날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6,972명으로 지난주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1만6,096명)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파리의 코로나19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6일부터 2주간 술집은 문을 닫아야 하고, 식당은 방역 규정을 충족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스페인 정부는 지방정부의 반발 속에 지난 2일부터 수도 마드리드에 대해 부분 봉쇄 조치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주내에 모임 제한과 야외 마스크 의무 착용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책을 발표할 예정이다.아일랜드 보건당국은 향후 4주간 방역 최고단계를 시행해 가능한 모든 규제를 가동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지난 봄 1차 절정기에 방역 모범지대로 평가받았던 중부 유럽의 재확산은 특히 심각하다. 체코ㆍ폴란드ㆍ슬로바키아ㆍ헝가리ㆍ루마니아 등은 이달 들어 모두 팬데믹(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신규 확진 건수를 기록했다. 이날 현재 체코의 누적 감염자 수 8만여명 가운데 3분의 2가 최근 한달 새 확진 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중부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은 정치인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 등 정부 대응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체코에서는 신규 확진이 증가세를 보인 지난 8월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애덤 보이테흐 보건장관의 마스크 의무화 확대 주장을 가로막았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도 높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을 썼던 이들 국가의 대응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경제적 희생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헝가리가 14.5%, 루마니아 12.3%, 폴란드 8.9%, 체코 8.4%, 슬로바키아 8.3%가 감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강도 높은 봉쇄만이 유효한 코로나19 극복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체코 정부의 경제 자문 태스크포스(TF) 소속 다누세 네루도바는 "이 시점에서 부분적 봉쇄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덜 제한적인 조치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FT에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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