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간판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EV)'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고를 둘러싼 책임공방이 벌어질 조짐이다. 차량을 제조하는 현대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와 LG화학,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모두 사고 원인에 따라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코나 EV 화재 사고가 자칫 3년 전, 469만대의 리콜을 불러온 '제2의 세타엔진' 사태 재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2018년 3월 선보인 코나 EV는 올 상반기 기준, 국내외에서 총 10만6,638대(국내 2만3,919대, 해외 7만7,719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국내 대표 전기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코나 EV는 출시 직후인 2018년 5월 현대차 울산1공장 화재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4일 대구 달성군 아파트 지하주차장 충전 사고까지 총 12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건은 지난해 7월 캐나다 몬트리올, 9월 오스트리아 레온슈타인 등 해외에서 접수된 것이다. 출시 2년 반 밖에 안된 코나 EV가 국내ㆍ외 곳곳에서 끊임 없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잇따른 코나 EV 화재 사고에도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나 EV는 LG화학 ‘NCM622(니켈ㆍ코발트ㆍ망간 비율이 6:2:2)’ 배터리셀을 사용한다. 배터리팩은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의 합작사인 ‘에이치엘그린파워’에서 공급한다. 배터리를 관리하는 시스템(BMS)은 현대차에서 자체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다. 몇 달전에는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던 BMS 업데이트도 실시했지만, 이후에도 화재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에서는 “현재 화재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고, 배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알아보고 있다. 정부, 경찰 등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화재 관련 조치 방안에 대해 최종 유효성 검증을 마친 후 이달 중으로 자세한 조치 내용을 알려줄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LG화학과 현대모비스는 사고 원인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주력해 온 국토교통부나 환경부도 비슷하다. 지난해 9월 국토부 산하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코나 EV 제작결함 조사를 의뢰 받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의 코나 EV와 관련된 결함신고는 현재까지 약 140건에 달한다. 일각에선 신 산업으로 꼽힌 국내 전기차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점을 우려해 정부에서 결론을 맺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낸다.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코나 일렉트릭 화재 조사를 지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이고, 차량 결함에 따른 리콜 등을 결정하는 안전하자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며 “외부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차량 내부 요인으로 사고가 났다면 충분히 차량의 결함으로 인정되고 조속히 심의위를 개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국과수 법안전감정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코나 EV 화재 원인을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 어셈블리(결합품) 내부의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발화’로 결론낸 상태다. 코나 EV 제조나 설계 상의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결함 전문위원은 “코나 EV 화재 사고는 단순히 배터리 결함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차 배터리팩은 밀봉돼 있기 때문에 전소될 때까지 불을 끌 수가 없어 모든 피해 차량이 전손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차량도 있어 다른 피해 차량 모두 조사해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