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치의 숀 콘리, 말 바꿔 혼선 부추겨

입력
2020.10.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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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보충ㆍ덱사메타손 투약 뒤늦게 밝혀
5월 트럼프 클로로퀸 '임상시험' 동조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의 말 바꾸기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옹호했던 그의 이력도 주목 받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숀 콘리의 대처가 백악관 주치의라는 자리를 수십년 만에 가장 극심한 위기로 몰고 있다"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 보충과 스테로이드제 투약 사실을 밝히지 않는 등 장밋빛 브리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콘리 등 의료진은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는 매우 안정적이며, 산소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 돌연 말을 바꿔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이후 두 차례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해 2일 보충 산소를 공급받았다고 말했다. 콘리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아침에도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기본 치료제로 간주되는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3일에도 산소를 보충받았는지에 대해선 "간호사에게 확인해야 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 보충을 받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 이날 "나는 병의 경과와 관련해 의료진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콘리는 "나는 병의 경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지도 모를 어떤 정보도 주고 싶지 않았다"며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뭔가를 숨기려 노력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이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었다. 이 일의 정확한 사실은 대통령이 매우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의료진의 말 바꾸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는데도 의료진은 이르면 5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콘리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할 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조언자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그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콘리에게 이 약 복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 "원한다면 복용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이 약은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한 상태다.

콘리는 정골의학(Doctor of OsteopathyㆍDO)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WP는 "정골의학은 전통적인 의사와 비슷한 훈련을 받지만 뼈와 몸의 관계와 근골격계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정골의학 의사는 1차 진료를 담당한다. 콘리는 필라델피아 정골의학 의대를 나왔고 2013년 포츠머스 해군의료센터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201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주둔군 군의관으로 일하며 트라우마 치료를 담당했다. 2018년부터 백악관 주치의로 일했다.

WP는 "콘리의 전 동료 일부는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훨씬 전부터 콘리가 백악관 정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전했다"며 "콘리와 함께 일한 한 동료는 그가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지시하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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