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바늘로 찔러도 멀쩡하다고?

입력
2020.10.10 09:00
16면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지난달 헝가리 연구팀 논문 인용 앞다퉈 보도했지만
과학적 설명 뒷받침 안된 무리수
원자힘현미경 탐침 이용한 변형·탄성 측정 결과일뿐
90°C에서 형태 유지를 '고온에도 멀쩡' 잘못 해석

지난 9월 하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바늘로 100번 찔러도 멀쩡하다는 과학 기사가 각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헝가리 연구팀의 발표 논문을 보도한 이 기사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세바늘로 100번을 찔러도 원래 모양을 유지했고 90도의 온도에 노출해도 큰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흡사 코로나 바이러스를 바늘로 마구 공격하거나 온도를 높여도 바이러스는 천하무적이라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한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필자에겐 기사의 내용이 좀 이상했다. 아무리 ‘미세 바늘’을 썼다지만 기껏 약 80 나노미터(1㎚=10억 분의 1m)의 직경을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를 바늘로 찔렀다니…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논문 원본을 확인한 결과, 연구에 사용한 실험 기법이 나노역학(nanomechanics)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AFM)임을 알 수 있었다. 헝가리 연구팀은 AFM을 활용해 바이러스의 형상과 탄성 특성을 조사한 것이었다.

힘과 변형의 물리학

과학자들이 미지의 대상을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연구 대상에 힘을 가해 형태를 변형해 보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 끝에 달린 물체에 힘을 가해 스프링을 눌러 보자. 힘을 받은 스프링의 길이는 줄어든다. 줄어드는 길이는 가해준 힘에 비례해서 커진다. 누르는 힘이라는 ‘자극’에 대해 스프링은 자신의 길이를 변형하며 ‘반응’하는 것이다. 가해준 힘을 서서히 제거하면 스프링은 원래 길이로 돌아온다. 힘을 주면 변형되고 힘을 없애면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물질의 특성을 ‘탄성’이라 한다.

부드러운 스프링이라면 작은 힘을 주어도 쉽게 변형되지만 매우 딱딱하고 변형이 힘든 재질의 스프링의 경우는 힘을 많이 주어도 변형되는 정도가 작다. 즉 동일한 힘을 가한 상태에서 스프링의 변형된 길이를 측정하면 스프링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단위 길이 만큼 스프링을 변형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스프링 상수’라 부른다. 스프링 상수가 작을수록 더 유연하고 쉽게 변형되는 스프링에 해당한다.

이런 힘과 변형의 물리학은 스프링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철과 같은 다양한 재질들도 외부 힘에 의해 변형되는 정도를 연구해 스프링 상수와 비슷한 물성을 구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건축물의 설계를 포함한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중요한 물성으로서, 설계의 필수 요소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같은 나노 물질에도 스프링과 비슷한 방식의 변형을 일으켜 그들의 탄성 특성을 연구할 수 있을까? 나노 스케일에서 미세 물질들의 변형을 연구하는 분야를 나노역학이라 한다. 이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AFM, 즉 원자힘 현미경이다.

원자힘 현미경과 나노역학

빛을 이용하는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는 약 200㎚보다 작은 구조를 보기 힘들다. 이는 빛의 파장이 수백 ㎚ 정도로 긴 데다가 파동인 빛의 퍼지는 특성(회절)에 기인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전자현미경, AFM 등 원자 수준까지 구분할 수 있는 분해능력을 가진 실험 기법들을 개발해 나노 스케일에서 물질들을 연구해 왔다. AFM의 핵심 부품은 캔티레버(cantilever)라 불리는 미세한 직사각형 판과 그 끝에 부착되어 아래로 갈수록 끝이 가늘어지는 탐침이다. 탐침의 끝은 보통 곡률 반지름이 수 ㎚인 곡면을 이룬다.

이제 AFM이 어떻게 물체 표면의 3차원 형상을 측정하는지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자. 앞을 못 보는 사람이 팔도 구부릴 수 없는 상태로 어떤 물체의 형상을 조사한다고 하자. 물체의 이곳저곳을 더듬는 경우, 구부릴 수 없는 팔 때문에 그 사람은 물체의 굴곡이 바뀔 때마다 상체를 움직여 표면을 더듬어야 한다. 물체의 위치별 굴곡 변화에 따라 조사자의 상체가 움직이는 정도를 측정하면 해당 물체의 3차원 형상을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조사자의 상체를 캔티레버, 팔과 손을 탐침에 비유하면 AFM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탐침이 물체에 다가가면 표면의 원자들과 탐침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탐침이 부착된 캔티레버가 휘는데 이를 측정하면 탐침과 표면 사이의 힘을 구할 수 있다. 굴곡진 물체 표면을 따라 탐침을 옮기면 위치별로 탐침까지의 거리가 달라져 둘 사이의 힘도 변하는데, 이 변화를 감지해 원래 설정된 힘이 되도록 물체 아래의 지지대를 미세 조정, 탐침과 표면 사이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상체의 움직임으로 물체 형상을 알아낸 것처럼 지지대의 움직임은 바로 물질 표면의 3차원 형상을 ㎚ 수준으로 나타낸다. 이를 이용하면 바이러스의 3차원 형상도 측정할 수 있다.

물체의 탄성은 어떻게 조사할 수 있을까? 물체의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일정한 힘으로 누를 때 어느 정도 변형되는지 조사함으로써 물체의 스프링 상수와 탄성을 조사할 수 있다. 생물학에서도 AFM의 탐침을 이용해 생체 조직에 힘을 가한 후 대상의 변형을 측정함으로써 생체 조직의 탄성 특성을 연구할 수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힘이 주어져야 생체 조직을 이루는 분자들의 결합이 깨지면서 안정성이 붕괴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이미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 적용되어 해당 바이러스의 탄성 특성 및 스프링 상수 값이 보고된 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보도의 문제점

이제 과학 기사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헝가리 연구팀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단단한 표면에 생물학적 방법으로 고정시킨 후 AFM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형태를 조사했고 바이러스 표면에서 튀어나온 스파이크(돌기)의 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AFM의 탐침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눌러 반발력이 작용할 때, 탐침이 가하는 힘과 바이러스의 변형 사이의 관계를 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프링 상수를 구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힘과 변형의 관계에서 유도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프링 상수는 그간 연구되어 온 바이러스들 중 가장 작은 그룹에 속한다. 이는 이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변형력에 대해 매우 유연하게 반응하며 형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를 고정한 기판에 닿을 정도로 탐침을 내려 바이러스를 크게 변형시킨 후에 올리는 과정을 100번 반복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원래의 구의 형상으로 돌아옴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결과의 재현성이 확인된다면 외부 힘에 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연성과 탄성을 잘 드러내는 연구가 될 것이다. 결국 AFM의 탐침을 이용한 변형과 탄성의 측정 결과라는 과학적 설명이 뒷받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늘로 바이러스를 찔렀다는 설명은 독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무리한 비유에 해당한다.

또한 상당수의 언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90도의 온도로 가열해도 멀쩡했다는 기조로 보도했지만 필자처럼 생물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논문 원문만 확인하면 해당 보도가 논문 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90도의 온도에 노출된 바이러스가 원형의 형태는 유지했으나 스파이크 단백질의 다수를 잃어버렸기에 비활성화됐을 것이라 결론 내리고 있다.

결국 9월 말 각종 언론에 보도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안정성에 대한 기사는 매우 성급하고 성의 없는 보도였다. 아울러 이 연구 결과를 논의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해당 논문이 아직 동료 평가(peer review)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학계에서 논문을 발표할 때는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친다. 심지어 그것이 대가라 손꼽히는 유명 학자의 논문일지라도 비판과 검증의 대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이를 통해 연구 방법과 결과의 정확성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한 검증이 끝나야 신뢰성 있는 결과로 학계에 유통된다. 게다가 동료 평가가 끝나 정식으로 출판되더라도 결과의 재현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논문이 철회되기도 한다. 모든 결과와 이론이 끊임없는 회의와 검증의 대상이라는 점은 과학 활동의 본질적 속성 중 하나다.

새로운 내용을 시의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 중 하나지만 검증되기 전의 연구 결과가 선정적인 제목과 부정확한 내용으로 보도되면 독자들은 이를 오도하게 된다. 전문가적 견해를 바탕으로 엄밀성을 추구하는 과학 기사가 늘어나길 기원한다.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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