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 심장마비 땐 6% 급락… 대통령 유고와 미 증시 관계는?

입력
2020.10.04 14:35
아이젠하워 심장마비 -6.6%... 레이건 피습은 -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소식에 미국 증시는 잠시 급락세를 보였지만 곧바로 손실을 만회했다.

과거에도 미국 대통령이 직무를 한동안 수행할 수 없는 '유고(有故) 상황'에서 불확실성으로 시장 심리가 잠시 얼어붙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판단 때문에 조기에 회복세를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일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8%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0.96% 하락했다.

이 정도 하락폭은 역대 대통령의 암살, 암살 미수, 중병으로 인한 직무 중단 등 사례와 비교하면 크지 않은 편이다.

근래 대통령 유고 가운데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55년 9월 심장마비를 겪고 입원한 사건이다. 소식이 알려진 후 첫 거래일에 S&P 지수는 6.6% 하락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6주 뒤 아이젠하워가 퇴원하고 점차 건강을 회복하면서 주가 역시 다시 상승했다. 심장마비를 극복한 아이젠하워는 1956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재선하기도 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암살 혹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미국 증시는 평균 1.6% 하락했다.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1963년 11월 22일 증시는 2.8%, 로널드 레이건이 피습당한 1981년 3월 30일 증시는 0.3% 떨어졌다. 두 사례 모두 뉴욕 증권거래소가 혼란을 우려해 거래를 일시 중단해 큰 하락이 없었고, 다음날에는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유고 상황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1901년 9월 윌리엄 매킨리가 총격을 당한 이후 뉴욕 증시는 평균 6.2% 하락했다. 지난해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증시 급락의 원인은 대통령직을 계승할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부통령이 강력한 반독점법의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매킨리가 피격 9일 만에 사망하고 대통령직을 계승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거대 기업의 견제에 적극 나서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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