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일정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역시 대통령의 확진과 별도로 대선 전 배럿 지명자 인준을 계속 밀어붙일 태세지만 상원 일정이 중단되며 청문회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배럿 지명자의 청문회 준비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그레이엄 위원장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내게 처음 물은 것은 청문회였다”며 “우리는 절차를 진행 중이고 상황이 좋아 배럿은 인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며 11월 3일 대선 전 인준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뜻과 달리 청문회 일정은 벌써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배럿 후보자 지명식에 참석한 인사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상원 일정이 2주간 중단됐기 때문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3일 “2주간 잡혀있는 상원의 입법 일정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당초 12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 역시 19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의원 중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청문회는 더 늦어질 수 있다. 현재 상원의원 100명 중 공화당 의원은 과반이 넘는 53명이지만 수전 콜린스 의원과 리사 무코우스키 의원이 일찌감치 지명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원으로 백악관에 방문했던 톰 틸리스, 마이크 리 의원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고려해도 여유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배럿 지명자의 재감염 가능성도 불안 요소다. 배럿 지명자의 모교인 노터데임대 존 젠킨스 총장도 지명식에 참석했다가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배럿 지명자는 일단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잠복 기간을 고려하면 추후 검사에서 양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배럿 지명자의 경우 지난 여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가벼운 증상만 겪고 회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