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10인 이상 참여하는 도심 집회가 전면 금지되자 서울 시내 곳곳에서 ‘드라이브 스루’ 시위가 진행됐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은 일부 보수단체들은 진입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며 한때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광복절에 집회를 열었던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로 구성된 8ㆍ15광화문국민대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광화문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영일, 강연재 변호사 등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는 미친 정부’라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오는 한글날인 9일, 10일에도 집회 신고를 계속하고, 금지되면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 변호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옥중서신을 대독했다. 전 목사는 서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실정을 코로나19에 전가했다”며 “아무리 광화문 집회를 탄압하고 국민들을 억압해도 대한민국의 건국기초인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자유동맹 등은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경찰과 날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 경찰이 “기자회견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며 음향 장비 사용을 제재하려 하자, 강 변호사는 “왜 대한민국 안에서 국민들에게 난리냐”며 “문재인 대통령을 극혐하는 사람들 한두 명도 못 모이게 하려고 이 난리를 피우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8ㆍ15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당초 예고했던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에서 벗어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인식 '8·15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광화문광장에 접근해서 기자회견을 진행할려고 했지만 경찰의 통제로 예고한 곳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기자회견 등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광화문 대면집회가 막히자 일부 보수단체들은 서울 곳곳에서 차량시위를 단행했다. 보수단체 ‘애국순찰팀’은 이날 오전 방송차를 비롯해 차량 9대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붙인 상태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경기 수원시에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택과 전 목사가 수감 중인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실 의혹과 정부의 방역조치 등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어 단체는 오후 2시쯤 우면산터널을 통해 서울 서초구로 진입했다. 경찰은 터널 입구 갓길에 시위차량을 세우고 사전에 제출한 탑승 인원과 번호판이 적힌 명단을 확인했다. 우면산터널을 통과한 차량시위 참가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 부근을 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이 있는 광진구 구의동의 한 아파트 앞까지 행진했다. 경찰의 통제로 진입이 막힌 조 전 장관 집 인근에는 시민들과 유튜버, 취재진 등 수십 명이 모여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른 보수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도 이날 오후 2∼4시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에 이르는 경로로 9대 규모의 차량시위에 나섰다. 9대의 승용차에는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어서 미안해’ ‘법치파괴 군기문란 추미애는 사퇴하라’ 등 추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와 깃발이 걸려있었다. 단체 측이 경찰에 제출한 차량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기재한 목록과 일치하지 않은 참가자 및 차량이 차량시위 대열에 합류하면서 현장에서는 한때 혼선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 등 도심에서 돌발적인 집회·시위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점검했다. 또한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ㆍ지역경찰 등 8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태비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이르는 세종대로와 인도에는 경찰 차량들이 촘촘한 형태로 방벽을 이뤘고, 광화문광장에는 사람 1~2명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펜스가 설치됐다.
도로 뿐만 아니라 도보에서도 경찰의 점검이 실시됐다. 경찰에 따르면 광화문 주변 골목 곳곳에도 경찰을 배치해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방문 목적 등을 물어보는 절차를 거쳤다.
경찰은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지키지 않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재판부는 집회를 허용하면서 집회 참가자의 이름, 연락처, 차량번호를 적은 목록을 사전에 경찰에 내고, 집회 시작 전에 이를 확인 받아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5시 기준) 현재까지 체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법원에서 내린 지침을 기준으로 준수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