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9대 이하의 차량을 이용한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와 경찰 결정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개천절 당일인 3일에는 앞서 법원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서울 강동구와 더불어 서울 서초구, 광진구 등 일대에서도 차량 집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보수단체 '애국순찰팀' 관계자 황모씨가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은 원하는 장소와 일시에 차량 시위를 하지 못하게 되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입게 되지만 차량 시위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및 교통소통의 방해 우려는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옥외집회 금지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신고된 집회 참석 차량과 인원이 각각 9대, 9명인 점을 감안하면 허용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 시위에 참석 예정인 차량은 9대이고 참석 인원도 9명으로 10인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고시안에 의하더라도 허용될 수 있는 범위"라며 "10인 이하의 차량 시위는 참석자들이 자동차 안에 있으므로 접촉의 우려가 적고, 일반교통이 방해되는 정도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단체가 예정한 기자회견은 허용하지 않고, 지난달 말 법원이 차량 집회를 허용할 때처럼 방역ㆍ교통 안전을 위한 9가지 조건을 지키도록 했다. 신청인이 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 차량번호를 기재한 목록을 작성해 사전에 서울경찰청에 제출하고, 집회 물품은 비대면 방식으로 교부해야 하는 등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제3자나 제3의 차량이 행진 대열에 진입하는 경우 경찰이 이를 제지하기 전까지 행진해선 안 되고, 경찰이나 방역 당국의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애국순찰팀은 3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택(서울 방배동), 추미애 장관 자택(서울 구의동) 인근에서 차량 집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 경로는 서울 우면산 터널→예술의 전당 앞→서초 삼거리→남부터미널역→우면 삼거리→경남아파트→방배 삼익아파트 앞→방배역→효령로→도곡로→아시아선수촌아파트 교차로→석촌역→잠실여고 경유→잠실대교 북단교차로→자양 사거리→구의역→강변역→현대프라임아파트 정문 앞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0일 또다른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 소속 A씨가 서울강동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일부 인용 결정을 냈다. 새한국 역시 법원 결정에 따라 3일 서울 강동구에서 차량 9대 이하가 참여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해 집회 현장 인근에 경력을 대규모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보수집회 특성상 주최 측의 권유가 없더라도 개별로 나오는 차량과 인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고되지 않은 산발 시위 등이 진행될 경우 엄격하게 대응키로 했다.
경찰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등 도심에서도 집회 대응에 나섰다. 개천절 하루 전인 2일 오후 2시쯤부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뒤쪽에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한 펜스를 치고 경력을 배치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기동본부를 찾아 "내일(3일)과 한글날(9일) 광화문 일대 집회를 어떻게 막을 것이냐가 코로나 대유행을 일선에서 차단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