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울고 웃는 인도차이나 명절

입력
2020.10.02 12:00
'안정세' 태국ㆍ캄보디아, 미뤄둔 명절 연휴 진행 
자국민 국내여행 장려… 내수경제 활성화 시도 
베트남ㆍ라오스, 일단 관망하며 관광부흥 고민
 '확산세' 미얀마, 명절 고민 여유 없이 방역 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의 명절 풍경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나마 지역감염이 멈춘 태국과 캄보디아는 명절을 통해 자국민들의 국내여행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내수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반면 무서울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는 연휴는 고사하고 통행금지령을 더 확대하며 감염병 잡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안정기에 접어 든 베트남과 라오스는 자국여행 활성화 방안을 다시 만지며 암흑기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인 인도차이나 국가들의 입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만회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에서다.


그나마 상황 양호한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태국ㆍ캄보디아ㆍ미얀마ㆍ라오스 등 4개국은 매년 4월 무렵이 전통 설 연휴 기간이다. 이들 국가들은 음력 설을 기본으로 잡는 한국과 중국ㆍ베트남과 달리, 12개의 별자리 중 첫 번째인 양자리에 태양이 진입하는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통상 연휴 기간은 일주일 가량이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시에 취직한 가족들이 시골 집을 방문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다. 대규모 이동은 기본이고, 명절용 선물 구매 역시 활발하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물 축제'로도 불리는 태국의 전통 설 '송끄란'은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규모 관광 이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2월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통 설 연휴는 줄줄이 연기되거나 사실상 금지됐다. 태국은 4월 13~15일 예정된 송끄란을, 캄보디아는 같은 달 14~16일로 잡은 '쫄츠남' 연휴를 잠정적으로 미루며 자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미얀마와 라오스도 같은 달 9일 가량 진행할 계획이던 전통 설 '팅얀'과 '삐마이' 기간에 외출 금지령을 내리며 집에서 휴식을 취할 것을 명령했다. 전통 설을 기점으로 발생하던 내수 경제의 선순환 효과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일제히 사라진 셈이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힌 태국과 캄보디아는 전통 설 연휴를 뒤늦게 진행했다. 태국은 지난달 4~7일 4일 동안 송끄란 연휴를 편성했으며, 캄보디아는 같은 달 16~20일 쫄츠남을 진행했다. 명절을 뒤늦게라도 진행한 목표는 명확하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연휴는 침체된 관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훈센 캄보디아 총리 역시 "명절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관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양국 수장의 바람은 현실화됐다. 연휴 동안 자국민들이 대거 국내 관광지에 몰린 태국은 88억밧(약 3,258억원)이 시중에 돌았으며, 캄보디아도 110만명 가량의 자국민들이 관광지를 찾으면서 잠시나마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기 노리는 베트남ㆍ라오스, 출구 없는 미얀마


올 1월 전통 설 '땟(Tet)' 연휴를 이미 보낸 베트남은 명절 대신 자국민들의 국내여행을 상시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다낭에서 재확산된 코로나19 사태가 잡히면서 한달 째 지역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어 가능한 움직임이다. 앞서 베트남은 올 4~7월 약 100일 동안 지역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던 시기에 '베트남을 위한 베트남인의 여행'이라는 행사를 통해 관광지 입장료 및 항공ㆍ숙박료 할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다낭 등 유명 휴양지는 주말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여행 온 현지인들로 반짝 호황을 맞기도 했다.

베트남 관광산업 관계자는 2일 "전날이 베트남 추석인 '쭝투'였지만 원래 쉬는 날도 아니고 아직은 좀 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특별 휴가를 편성하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프로모션 기간을 정하지 않고 국내여행을 장려할 수 있는 장기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라오스는 자국 관광의 가장 큰 손인 일본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활용하며 재기를 모색 중이다. 일본인들을 선별적으로 먼저 입국시켜본 뒤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한국과 중국 등의 관광객들도 추가로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가장 암울한 나라는 미얀마다. 나머지 인도차이나 국가들은 최근 한달 사이 지역감염자가 없었으나 미얀마만 같은 기간 28배 이상 폭증해 이날 기준 누적 확진자가 1만4,843명에 달했다. 인도차이나 국가 내 감염자 수 2위인 태국(3,569명)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당연히 태국과 캄보디아처럼 전통 설을 하반기에 시행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으며, 오히려 경제수도 양곤을 사실상 봉쇄하고 통행금지 지역을 확대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60% 줄어든 관광객, 생존 문제 직면한 인도차이나


코로나19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인도차이나 국가들은 결국 관광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베트남과 태국을 제외하면 2~3차 산업이 거의 발전하지 않은데다, 5개국 모두 외화벌이의 최대 수단이 아직까지 관광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국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태국은 올 상반기 67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했다. 전년도 3,980만명이 태국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상반기에만 66%가량 감소한 수치다. 베트남 역시 같은 기간 전년 대비 55.8% 줄어든 374만명의 관광객만이 찾았다. 이어 라오스도 222만명(-60%), 캄보디아 118만명(-64.6%), 미얀마 84만명(-61%)으로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캄보디아 관광산업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여행을 활성화시킨다 해도 외화 보유 문제 등으로 멀지 않은 시간에 국제선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산업이 선두에서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인도차이나 국가 대부분은 곧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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