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은 가봐야 한다" 섬 연구소장이 손꼽는 절경

입력
2020.10.03 12:00
국가지질공원 '대청도'…숨은 트레킹 명소 '대매물도'
한국의 이스터섬 '여서도'…아름다운 해넘이 '가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라 사이의 국경을 멀게 만들고 해외 여행을 갈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국내의 명소들이 재발견되고 있다. 사단법인 '섬 연구소'를 이끌어온 시인 강제윤 소장과 함께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우리가 너무나도 몰랐던 섬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제 비로소 섬을 직접 느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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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소장은 2012년부터 '섬 학교'를 운영하며 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90여번의 답사를 진행해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덕에 이제까지 4,000여명이 그와 함께 섬을 밟았다. 국내 유인도 400여곳을 다녀온 강 소장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의 섬을 둘러봤다.

◇인천 옹진군 '대청도'

서해 5도 중 하나로 백령도와 함께 서해 최북단에 있는 대청도는 서울보다 평양이 더 가까운 섬이다. 섬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있다. 지각 변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농아해변의 나이테바위, 수직절벽을 이루는 서풍받이, 섬 속의 사막인 옥죽포사구, 적송 숲인 모래울해변의 솔숲 등 원시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있다. 최고의 홍어 어장으로 꼽히는 대청도는 어업이 주 수입원으로 관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기에 개발의 광풍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기황후의 남편인 원나라 순제가 귀양을 살았다는 기록도 있다.

◇경남 통영 '대매물도'

통영의 소매물도는 등대섬으로 유명하지만 바로 옆의 대매물도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강 소장은 한국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중 대매물도의 '해품길'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았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함께 볼 수 있는 장군봉 전망대, 노을이 아름다운 꼬돌개, 드넓은 초원과 오솔길,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상록수 숲 등 풍광이 뛰어나다. 일제강점기 주민들이 강제동원돼 포진지로 만들어진 바위굴에는 역사의 아픔이 남아있다. 해녀들이 갓 잡아올린 전복·소라·성게·석화 등 별미 또한 맛 볼 수 있다.

◇전남 완도군 '여서도'

전남 완도군 여서도의 이색적인 돌담(왼쪽) 정경과 삼치회. 섬 연구소 제공대표 이미지완도와 제주의 중간쯤 위치해 '작은 제주'라고도 불렸던 여서도는 한국에서 돌담이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강 소장은 '한국의 이스터 섬'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성곽같은 돌담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민가의 담장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섬 연구소에서 지켜낸 돌담들이라 애착이 더 크다. 외부 간섭이 적어 아름다운 경관도 잘 보존돼있다. 섬 전체를 이루는 여호산, 마을을 지키는 거목들이 그늘을 드리운 당산숲과 상록수 방풍림을 트레킹해도 좋다. '낚시꾼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어종이 풍부해 신선한 해산물도 맛볼 수 있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해질녘 풍경(왼쪽)과 항리마을 소떼. 섬연구소'제공대표 이미지가거도는 국토 최서남단의 섬으로 "중국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국경과 가깝다. 가거도항 인근에 '중국 390㎞, 필리핀 2,180㎞, 서울 420㎞, 오키나와 355㎞'라 적힌 이색적인 이정표가 설치된 이유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였던 섬등반도에서는 가거도 절반 이상의 조망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지난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7호로 지정된 곳이다. 항리마을에선 한국에서 가장 늦게 지는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물에서 자란 가거도 미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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