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운동’. 학교에서 모국어 사랑을 배운 세대에게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공적 언어생활에서 누구나 아는 말을 쓰자는 ‘쉬운 말 쓰기 운동’은 아직 낯설다. 1970년대 스웨덴, 미국, 영국 등지에서 쉬운 말 쓰기 운동이 시작될 때, 대한민국에서는 고운 말을 강조했다. 그런데 쉬운 말도 고운 말만큼 중요하다.
1970년대 영국에서는 어려운 정책 용어로 사회적 약자가 희생된 비극에 주목했다. 어려운 말에 난방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고 얼어 죽은 모녀를 보고, 사회운동가인 크리시 메이어(Chrissie Mahar)는 남은 평생을 ‘어려운 말’이라는 괴물과 싸우는 데 바쳤다. 누구나 알 수 있어야 하는 말은 사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으며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30년이 지난 2004년,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 여섯 명이 색깔 이름인 연주황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오랜 시간 그저 써 온 ‘살색’이란 말에 차별이 인식되자 이를 연주황으로 바꾸었는데,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에 붙은 색깔 이름이 한자어라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연주황을 살구색 또는 복숭아색 같은 쉬운 표현으로 바꿔 달라는 아이들의 주장이 채택되어, 2005년에 ‘연주황’은 ‘살구색’으로 바뀌었다.
간혹 유명한 분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뜨면, 그날 ‘지병’은 인터넷 검색 1위가 된다. 한자어를 모르는 세대가 인터넷으로 뜻을 찾아본 결과다. 그 정도 어휘도 모르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쉬운 말이 의사소통을 성공하는 지름길이라면, 알기 쉬운 말을 굳이 안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