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내외의 '이유 있는' 재래시장 장보기

입력
2020.09.29 19:00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청와대 인근 홍제동 인왕시장과 유진상가 청과물 시장을 찾아 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 등 제수용품과 선물을 준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듣고 격려하는 한편, 소비 촉진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손님이 줄고 가격이 올라 매출이 예년만 못하다"는 상인들의 걱정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매출이 되려 올랐다는 한 과일상점 주인의 말에는 “정말 다행"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그 동안 소비촉진뿐 아니라 국민과의 스킨십을 위해 시장이나 마트를 자주 찾았다. 특히, 명절 연휴나 공개 행사 참석을 위해 지방을 방문할 경우 주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을 찾았는데, 시민과 상인들을 직접 만나 민생을 탐방하는 기회를 삼기 위해서다. 또한, 대통령 내외가 직접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도 적지 않다.





대통령 내외의 장보기는 방문 장소와 구입하는 물품 하나하나에 작은 의미가 담겨 있다. 김정숙 여사는 2017년 9월 26일 인천 종합어시장을 방문해 추석 차례상에 올릴 수산물을 구입했다.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던 당시 서해 어민들의 조업 실태와 수산물 유통에 어려움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 18일엔 서울 면목동 동원전통시장을 방문해 생강과 꿀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당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해 임시생활 시설에 머물던 교민들과 직원들에게 전달할 생강청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대통령 부인의 마음 씀씀이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시장 내 식당을 일부러 찾아 칼국수를 먹으며 “확진자가 다녀갔어도 소독하면 안전하다. 과도한 불안 심리를 떨치고 평소처럼 경제소비 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심리 회복을 위해 애를 썼다.



대통령 내외는 시장을 직접 찾지 않고도 팔로에 어려움을 겪는 물품을 대량 주문 구매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28일 경기 평택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는 문무대왕함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위해 통닭 230마리를 주문했다. 당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고 있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살충제 성분에 오염돼 장기 손상을 입었다면 1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겠다”고 장담해 화제가 됐다. 이날 주문한 통닭 또한 화제가 됐는데, 업계의 가격 인상 단행 전망에 반해 오히려 가격을 10% 인하한 ‘또봉이 통닭’이었다.

대통령 내외의 장보기에는 민심을 읽으려는 노력과 경기 활성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 내외의 장바구니는 더 자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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