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가계소득이 백인 가계의 13%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내 인종 문제가 경제ㆍ사회적 불평등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전날 공개한 3년 주기 가계재무보고서(SCF)를 인용해 "백인 가계의 중위소득은 18만8,200달러(약 2억2,000만원)인 데 비해 흑인 가계는 2만4,100달러(약 2,800만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흑인 가계가 백인 가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규모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히 중간을 차지한 가구의 소득으로 평균소득과는 다르다.
연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격차에 대해 "생명주기와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복잡한 사회ㆍ정부ㆍ개별적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젊은 백인 가정은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 부모로부터 더 많은 주택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 연준은 "직접적 증여 외에도 대학이나 사립학교에 보내는 등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에서도 차이가 있다"며 "그 결과 부는 세습되고 주택ㆍ교육ㆍ노동시장의 불평등이 심화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35세 미만 흑인 가계의 중위소득은 600달러에 불과했던 데 비해 백인은 2만5,400달러로 무려 4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폴리티코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그렇잖아도 상당했던 인종집단 간 격차가 더 악화했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6~2019년 경제 동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음에도 인종 간 부의 격차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인종 간 차이뿐만 아니라 인종 내 차이도 보여준다. 백인 가계의 중위소득은 18만8,200달러지만 평균소득은 98만3,400달러(약 11억5,000만원)였다. 평균소득이 중위소득보다 훨씬 높다는 건 전체에서 고소득자가 차지하는 소득규모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준은 "모든 인종집단에서 평균소득이 중위소득보다 훨씬 높아 각 그룹별로 고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