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법인발 아파트 매물, 집값 하락 '방아쇠' 될까

입력
2020.10.02 14:00

정부가 세금 인상과 자금출처 조사 등을 통해 부동산 법인의 ‘꼼수 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법인발(發) 주택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직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장차 집값 하락을 부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 들어 꾸준히 나오는 법인 매물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인천의 전체 주택거래(9,042건) 가운데 법인이 개인에도 매도한 건수는 5,527건으로 절반을 상회했다. 올 들어 집값이 40% 가까이 뛴 세종시의 경우 법인 투자자가 8월에만 1,077건을 개인에게 매도했다. 전체 거래 2,944건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경기도에선 전체 거래 3만564건 중 8,672건이 법인 매물이었다. 수원시에선 4,258건 중 2,423건이 법인→개인 물량이었고 양주시는 2,904건 중 2,052건이 법인 매물이었다. 광명시도 전체 거래 절반 이상이 법인 매물로 집계됐다.

사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하반기 들어 꾸준히 지속돼 왔다. 정부가 5월부터 법인의 편법적인 부동산 매수를 집중 조사하기 시작하자 서울 강남구에선 5월에 1,697건, 6월에 1,204건의 법인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나온 6ㆍ17, 7ㆍ10 대책을 통해 법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고 주택 보유 및 거래에 중과세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법인 매수가 집중됐던 지역을 중심으로 무더기 매물이 쏟아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영향은 미미" 의견도

부동산 업계에선 내년 6월부터 법인 소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이 크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법인 매물이 계속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 중 법인이 매수자인 비율은 2017년 3.4%에서 2018년 4.7%, 2019년 6.4%, 올해 8월까지 8.0%로 매년 증가해왔다. 서울은 2017년 3.7%에서 올해 7.3%로, 경기도는 2.3%에서 7.3%로 높아졌고, 인천은 2.4%에서 10.5%로, 대구는 2.6%에서 11.5%로 상승했다.

다만 아직까지 법인 매도세로 인해 집값이 출렁이는 상황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65% 상승 중이고, 법인 매물이 많았던 인천(0.21%)이나 세종(9.2%), 수원(0.64%), 양주(0.18%) 모두 집값이 오름세를 유지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받쳐주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물량이 많지는 않아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 국회에서 "법인과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신조어)'로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 매물에 임대사업자 매물까지 더해지면, 향후 시장에 미칠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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