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 배럿 대법관 인준 둘러싼 '쩐의 전쟁' 속으로

입력
2020.09.29 06:00
NYT "인준 놓고 정치권 4000만달러 투입" 
백악관, 지명 연설 직후 지지단체들과 회동 
진보 측 "대법관 지명 대선 이슈 포함 노력"


미국 정치권이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연방대법관 인준을 놓고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각각 대법관 인준과 저지를 위한 로비전에 무려 4,000만달러(470억원)가 넘는 거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정치단체들이 배럿 판사 인준 표결을 앞두고 값비싼 충돌을 시작했다”며 5주 정도 남겨둔 11월 대선 레이스 막판까지 물밑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날 배럿이 백악관 대법관 지명 수락 연설을 마친 지 30분도 안돼 10여개 정치단체들이 공중파 TV, 페이스북 등 광고에 4,000달러, 혹은 그 이상의 돈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대선도 아닌 후임 대법관 임명 이슈에 거액이 모여든 것은 대치 전선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대법관 인준을 최대한 서둘러 지지층과 기부자 결집의 기회로 삼으려는 반면, 민주당은 표결을 대선 후로 늦추고 이를 선거 쟁점으로 활용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양측은 이미 전투 채비를 마쳤다. 먼저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배럿을 지지하는 온라인 광고와 대선 투표 참여 캠페인 등에 1,000만달러를 쓰겠다고 공언했다. 미 비영리정치단체 ‘아메리카 퍼스트 폴리시스’는 RNC가 대법관 지명 이후 TV 및 온라인ㆍ우편 광고에 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보수 종교단체 ‘아메리칸 프린서플 프로젝트’도 배럿을 지지하는 온라인 캠페인 광고에 1,000만달러를 투입했다. 미 다국적 복합기업 코크인더스트리 사주 찰스ㆍ데이비드 코크 형제의 자금 지원을 받는 한 보수단체도 상원 경선이 있는 10개 주(州)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인준 지지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지 단체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은 다름 아닌 백악관이다. NYT는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로즈가든 연설 한 시간 뒤 보수 사회ㆍ종교단체 대표 500여명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 측도 전혀 물러설 마음이 없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디맨드 저스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을 지명한 지 불과 2분 만에 지지자들에게 “상원의원들이 배럿 인준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즉시 압력을 가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단체는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위독하던 7월부터 200만달러의 온라인 광고 캠페인을 전개해 연방대법원을 대선판에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이들은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 1,000만달러를 들여 인준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미 기업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점치고 민주당 연합단체들에 현금 기부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 정치기부금 등을 집계하는 정치책임센터(CPA)를 인용해 지금까지 민주당 측 기업 기부금은 4년 전 대선 때보다 500만달러(13%)가 증가한 데 반해, 공화당은 1,000만달러(15%) 줄었다고 보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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