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갈수록 실생활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제재할 새 법률안을 공개했다. 토종 플랫폼 절대강자인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글로벌업체인 배달의민족, 쿠팡, 구글 등도 대거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향후 플랫폼 공룡들과 정부의 기싸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법)' 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 등에도 온라인 플랫폼 관련 조항은 있지만 현실에 맞는 분쟁 예방이나 거래 관행 개선이 힘들다는 판단 아래 아예 새 법을 만든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입점업체-소비자 간 상품과 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 중에서 연간 수수료 수입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업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대표적인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오픈마켓, 배달앱, 숙박앱, 승차중개앱 등의 대형 업체들이 대거 포함된다.
해외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유통되는 ‘앱 마켓’도 규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구글, 애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넷플릭스처럼 플랫폼이 영상을 산 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업체는 대상이 아니다.
플랫폼법은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할 지를 명확히 한 것이 핵심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를 규정하는 가맹사업법과 유사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사적 자치’와 ‘연성 규범’이 필요하다”며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계약서가 제대로 교부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에는 △수수료 부과 기준 △계약해지 사유 △판매상품 환불ㆍ교환 등 절차 △판매대금 정산 방식 등부터 △손해 분담 기준 △판매촉진행사 기준 △온라인플랫폼 노출 순서 기준 등 총 13개 항목이 필수로 담겨야 한다.
가령 네이버 쇼핑, 배달의 민족 등을 검색했을 때 사업장이 눈길 가는 상단에 배치되려면 어떤 키워드를 써야 하는지,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다만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플랫폼 업체가 계약서 내용을 변경할 때는 최소 15일 전 입점업체에 통지해야 한다. 서비스 일부를 제한할 때는 7일 이전, 서비스를 종료할 때는 최소 30일 이전에 내용과 사유를 알려야 한다.
플랫폼 업체가 입점업체에 보복조치를 하거나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형벌은 내려지지 않는다. 대신 과징금을 법 위반 금액의 2배로 정하고, 소상공인이 대다수인 입점업체의 빠른 구제를 위한 ‘동의의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입점업체들은 정보 독점, 고율 수수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법안에는 정보독점 문제와 관련해 “플랫폼 이용 과정의 정보를 입점업체가 제공받을 수 있는지, 제공 가능한 정보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고만 돼 있다. 향후 입점업체의 정보제공 요구가 커지면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이나 표준계약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문제도 ‘부과 기준과 절차는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뿐 적정 수수료를 명시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간 계약인 만큼 정부가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을 파악해 공표하는 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법 적용 대상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법률상 기준보다 낮은 범위에서 시장 규모를 따져 정할 수 있어, 수수료 30억원, 중개거래금액 500억원 등의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오픈마켓의 경우 시장 규모가 굉장히 크지만, 숙박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 규모가 작은 업종이라도 거래상 지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차별화해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