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SK텔레콤에서 운영했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을 통합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가 출범했다. 목표는 하나, 넷플릭스의 대항마였다. 그로부터 1년. 과연 웨이브는 목표를 이뤄가고 있을까.
웨이브는 28일 출범 1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는 온라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웨이브의 자체 평가는 꽤 후하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상반기 가입자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오리지널 및 독점 해외 콘텐츠를 많이 들여온 뒤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었고, 지난주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8월 기준 388만명으로, 최고 수치였던 지난해 11월(400만명) 수준을 회복했다. 웨이브는 '확실한 성장세'로 평했다. 이 대표는 "유료회원 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해 대비해서는 64.2% 늘어났고, 무엇보다도 열독률을 의미하는 '1인당 평균이용시간'이 월평균 715분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매주 꼬박꼬박 쌓이는 국내 콘텐츠 라이브러리는 웨이브의 큰 무기로 자리잡은 측면이 있다. 해외 업체에선 따라오기 힘든 강점이다. 공중파 3사를 등에 업으면서 과거 콘텐츠와 더불어 매일 업데이트되는 드라마와 뉴스, 스포츠 등 압도적인 양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가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도 웨이브가 자신감으로 무장한 이유다. 이 대표는 "자본 면에서는 차이가 나겠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국내 콘텐츠를 누가 얼마나 좋은 걸 가지고 있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우리가 밀리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유료 가입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만큼 질적으로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충분하냐는 데에서는 평가가 그렇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웨이브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무료 및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유료 가입자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유료 가입자인 넷플릭스의 8월 MAU 756만명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독점력 역시 넷플릭스에 밀린다. 웨이브에서 제공되는 공중파 및 종편 프로그램 대부분은 네이버·카카오·유튜브 등에서도 짧은 동영상 콘텐츠로 널리 재사용된다. 최근 웨이브가 김희선 주연의 '앨리스' 등 인기 TV 드라마들을 독점으로 서비스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경쟁사들에 비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 가입 3개월 뒤 이탈률이 27%에 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무료가입 기간 동안 보고 싶었던 작품만 골라본 뒤 구독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30%에 달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웨이브를 매달 구독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웨이브 측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액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주춤했던 가입자 증가율이 하반기에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와 함께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을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향후 3, 4년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쏟아 지상파와의 협약은 물론 웨이브만의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