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박박 기던  벨기에 공주... '블루 베레' 썼다

입력
2020.09.27 20:00



벨기에 왕위 계승 1위 엘리자베스 공주가 드디어 '블루 베레'를 썼다. 이 청색 베레모는 4주 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이수한 사관생도들에게 수여되는데,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상징한다.

지난 8월 벨기에 왕립육군사관학교에 자원 입교한 엘리자베스 공주는 26일(현지시간) 열린 기초군사훈련 이수식에서 아버지 필리프 국왕으로부터 베레모를 받고 집총 행진을 했다. 이날 동기생들과 함께 순서에 따라 베레모를 받아든 공주는 감격스러운 순간이 닥치자 잠시 눈을 깜빡였으나 이내 밝은 웃음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지난 4주간 160여명의 동기 생도들과 똑같이 진흙투성이 위에서 기고, 달리고, 완전군장을 한 채 행군을 했다. 각종 체력 훈련은 물론 독도법과 사격술 또한 동일한 조건에서 교육을 받았고, 기숙사 생활에도 그를 비롯한 동기생들에게 엄격한 규율이 '공정하게' 적용됐다. 우리 역사상 '특권층' 하면 익숙한 '특별 대접'은 일절 없었다.




드레스 대신 군복, 구두 대신 군화를 신고 '박박' 기는 18세 공주의 훈련 모습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에 전해지며 화재가 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특권층일수록 특혜는커녕 더욱 엄격한 도덕적 의무를 지고 솔선수범하는 벨기에 사회를 부러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엘리자베스 공주의 사관학교 입교는 벨기에 왕실의 전통이기도 하다. 벨기에 국왕은 즉위와 동시에 육군총사령관 칭호를 얻는다. 벨기에는 1991년 아들에게만 왕위를 물려주는 장자상속 우선 원칙을 폐지한 뒤부터 첫째 자녀의 경우 성별에 관련없이 왕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날 기초 군사훈련 과정 이수에 성공한 엘리자베스 공주는 앞으로 1년간 사회학ㆍ군사학 등을 배우고 왕립육군사관학교를 떠난다. 그가 왕위에 오른다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이자 여성 육군 총사령관 칭호를 받게 된다.





홍인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