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대유행 변수로 떠오른 '긴 연휴', 잘 버텨야 대유행 막는다

입력
2020.09.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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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0시 신규 확진 95명...이틀째 두자릿수
수도권 집단감염 여전하고 국민 이동도 활발
2주간 방역이 중요, 개천절ㆍ한글날 집회 금지
정세균 총리 "더 큰 고통, 희생 막을 불가피한 조치"

개천절과 주말을 포함한 5일간의 추석연휴가 30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상황에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명 내외를 오가며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항은 물론, 각 지역 관광지와 식당, 카페 등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연휴는 다가오는 동절기에 앞서 추가확산을 막는 마지노선으로,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3차 대유행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95명 늘어 누적 2만3,611명에 달했다. 이틀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2~3일상 간으로 100명 안팎을 오가고 있어 안정세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2주(9월13~26일)간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21%로 직전 2주(8월30일~9월12일ㆍ19.7%) 대비 높아지고, 여전히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이 80% 미만인 점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요인이 연휴 시작과 함께 급증하는 이동량과 맞물리면 폭발적인 확산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말 휴대전화 이동량은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늘고 있다. 이번 주말(9월19~20일)에는 직전 주말(9월12~13일) 대비 14% 가량 늘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에 나선 국민들이 많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카드매출도 약 15% 늘었다.

또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공항 이용 승객은 약 96만3,000명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비 75% 수준이지만 무증상ㆍ경증 환자가 많고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 이동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30만명이 입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도권 집단감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 하더라도 외출 등 이동은 다른 때 비해 많아질 전망이어서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된다. 서울은 이날 정오 기준 △도봉구 예마루데이케어센터 △관악구 삼모스포렉스 사우나 △동대문구 성경모임 △강남구 디와이디벨로먼트 △구로구 신도림역사 등 5곳에서 총 23명이 감염되는 등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도 이번 추석 연휴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잠복감염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추석과 한글날이 포함된 앞으로 2주간의 연휴 동안의 방역 관리에 따라 금년 하반기 코로나19의 유행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8일부터 내달 11일까지 2주를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지정해 방역 고삐를 죌 방침이다. 특히 개천절과 한글날에 예고된 집회는 일절 불허하고, 불법 집회가 열릴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키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 집단감염 확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묘, 교통, 물류, 여가생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실효성 있는 방역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며 "이번 특별방역대책은 더 큰 고통과 희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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