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또 한번 수십 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이동할 조짐이다. 이달 초 58조원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던 카카오게임즈의 투자열기가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될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그대로 재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 24일 현재 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로 지난 17일(61조7,100억원)과 비교해 일주일 새 무려 1조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내달 5~6일 진행되는 일반 공모주 청약까지 4거래일이 남아 있어 계좌 속 잔고는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공모주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게임즈의 청약 4거래일 전 잔고보다는 이미 7조원이 더 많다.
증시 대기자금 규모도 심상치 않다. 지난 2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5조2,800억원으로 역시 카카오게임즈 청약 4거래일 전 예탁금 규모(52조3,200억원)를 가볍게 웃돈다. SK바이오팜(46조3,600억원)과 비교하면 현재 9조원에 가까운 예탁금이 추가로 쌓여 있는 셈이다.
어느때보다 실탄(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카카오게임즈 이후 불과 한달 만에 빅히트가 공모주 청약 새 역사를 새로 쓸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달 24~25일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증시가 사실상 조정 국면에 진입해 공모주 열풍이 꺾일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방탄소년단(BTS)을 등에 업은 빅히트의 가치에 기관들도 주목한 결과다. 당시 기관 대부분이 공모가(10만5,000~13만5,000원)의 상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BTS 인기에 외신도 빅히트 기업공개(IPO)에 이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BTS의 팬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한국 BTS 팬들 사이에서 (빅히트 주식을)한 주라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 주라도 청약에 성공하면 행운이라고 여기는 '아미'(ARMYㆍBTS의 팬클럽)들 사이에선 공모가가 얼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정도의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신중론도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카카오게임즈(1,479대 1)에는 미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빅히트 공모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빅히트의 목표주가도 최저 16만원에서 최고 38만원까지 편차가 큰 편이다. 최근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는 등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빅히트 최종 공모가는 오는 28일 결정된다. 내달 5~6일 일반 청약을 거쳐 15일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