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서해 남북 접경 수역에서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시신 수습에 나선 우리 군의 활동을 영해 무단 침범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남측이 지난 25일부터 숱한 함정과 기타 선박들을 수색 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하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런 작업이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하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한다며 군사 충돌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은 시신 수습을 위한 조사는 엄연히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비무장 민간인 사살이라는 만행을 인정하고도 시신을 찾으려는 작업에 NLL을 둘러싼 해묵은 수역 논란까지 끄집어내 찬물을 끼얹는 것에 말문이 막힌다. 이번 사건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고 "불상사"라며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최근 통지문이 진심을 담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는 월북인지 아닌지, 사살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시신은 불태워졌는지 등을 둘러싸고 사실 관계에 논란이 있다. 북측이 "유감"이라면서도 사살이 불가피했다고 밝힌 정황과 우리 군이 파악한 상황에는 차이가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힐 정도로 사건을 엄중하게 여긴다면 침범 운운하기 전에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작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마땅하다.
북한이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해 시신을 찾으면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힌 점은 평가하지만 우리 군의 참여 없이는 결국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주재한 긴급 안보장관회의에서 요청한 대로 서둘러 공동조사단을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사된다면 금강산 박왕자 사건이나 천안함 침몰 때 시도했다 못한 일을 해냈다는 의미도 적지 않다. 이런 요구에 귀 닫은 채 수역 침범부터 따지는 건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고 한 남북 군사 합의 정신마저 저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