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122톤 어쩌나... 스가 "최대한 빨리 결정"

입력
2020.09.27 16:40
16면
취임 후 첫 지방 시찰로 후쿠시마 원전 등 찾아
안전성 우려에도 2월 해양 방류에 사실상 무게 
지역 주민과 주변국 반대 속 발표 시점 저울질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6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안을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연기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퇴임으로 공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조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제1 원전 방문 후 오염수 처리 방안에 대한 질문에 “향후 가능한 한 빨리 정부로서 책임을 지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최대한 빨리 정하겠다는 언급에 그쳤을 뿐, 판단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이제는 최종 판단을 해야 할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하루 17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 후 원전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1,041개의 탱크에 122만톤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으며 2022년 여름이면 포화상태(137만톤)에 이른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를 근거로 준비작업 기간을 감안해 올 여름에는 오염수 처리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 후 해양 방류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이 연기됐고 아베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조만간 스가 정권이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다.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는 올 2월 최종보고서에서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 방안을 제시하면서 해양 방류가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발표 시기만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어민들은 ‘풍평피해(소문으로 인한 피해)’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해양 방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 등 주변국과 국제 환경단체도 해양 오염을 우려하면서 일본 측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면서 구체적 발표 시기는 함구하고 있다. 또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를 한번 더 희석해 기준치 이하로 바다에 방류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ALPS 처리 후에도 삼중수소(트리튬)는 제거되지 않으며 2018년 9월 저장탱크 내 오염수의 80% 이상에서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확인되는 등 안전성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의 후쿠시마 방문은 취임 후 첫 지방 시찰로, 아베 정권에 이어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가 내각은 지난 16일 각의 결정한 국정운영 기본방침에 지진과 원전사고를 언급하지 않아 피해지역의 부흥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