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저려서 잠을 자다가 자주 깨곤해요. 그러다가 주무르거나 손을 털면 조금 나아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집 안이나 실내에서 컴퓨터와 가사 노동을 많이 하면서 손목터널증후군에 의한 손 저림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이상욱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손목·어깨·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배 정도 많고, 여성 환자도 대부분 40~60대에서 발생한다.
손바닥 피부조직 밑에는 힘줄과 신경이 지날 때 위에서 덮는 막이 있다. 이를 가로 손목 인대(수평 손목 인대, 횡수근 인대)라고 부른다. 이 인대와 주변 조직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을 수근굴이라 부른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굴 내부 압력이 높아져 수근굴을 지나가는 구조물인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손목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근육이나 인대가 붓게 되면 엄지손가락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의 감각 절반과 엄지손가락의 운동 기능을 맡은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는다. 이때 손과 손가락의 저림, 통증, 감각 저하, 부종 등이 나타나는데 이를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한다.
초기 단계에는 감각신경에 의한 손 저림이나 무딘감 등이 나타난다. 질환이 진행되면 무지구근 약화를 초래해 악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잠을 자다가 깰 정도로 손이 타는 듯한 통증과 손 저림이다. 손목을 터는 동작을 계속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직업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거나 포장 업무를 하는 사람, 잘못된 습관 등 반복적으로 손목을 구부리고 펴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비만,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어도 흔히 발생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대부분 원인을 발견할 수 없을 때가 많다(특발성 손목터널 증후군). 원인이 발견되는 2차성 손목터널 증후군은 원위 요골 골절 이후, 수근관 내 굴곡건의 활액막 증식, 수근관 내 종양 등으로 생길 수 있다. 또한 저갑상선증이나 말단 비대증 및 폐경기와 같은 내분비 변화가 생겨도 발생한다. 임신이나 수유 중 일시적으로 나타나는데 출산하거나 수유를 중단하면 호전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정중신경 지배 영역의 손 저림 증상이나 감각 저하 이외에 간단한 이학적 유발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근전도 및 신경 검사를 시행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도 한다. 손 저림 현상은 당뇨병, 목디스크, 무지 기저관절의 골성 관절염 등으로도 생길 수 있기에 이를 구별하기 위해 정확한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경추 또는 수부의 방사선 검사가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초기라면 무리한 손목 사용 자제, 야간에 손목 부목 고정, 약물 치료, 수근관 내 스테로이드 주사 등으로 효과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돼 무지구 근위축이 나타나거나 보존적 치료를 3~6개월간 시행한 뒤에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후 예후는 매우 좋으며 수근관 내에서 정중신경 압박이 명확하면 수술 후 1~2일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수술 후 일상 복귀는 1주일 내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작할 정도로 빠르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손이나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말고, 전완부 근력 강화 운동이나 손목 관절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상은 대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손목 주위 질환으로 정확히 진단해 치료하면 별다른 합병증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