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北 신속 사과 의미 있다"... 태영호 "가해자 편이냐"

입력
2020.09.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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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긴급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에 대해 통일부와 외교부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미안하다’는 표현이 담긴 입장문이 전달된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며 여야 의원 간 말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는 뭘 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장관은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지고 있는 기계 장치로 사실 확인과 연락을 시도했다"면서 "최근 남북간 통로가 단절돼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통일부로선 1차적인 첩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며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북한이 9ㆍ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는 물음에 이 장관은 "세부 규정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9ㆍ19 합의 정신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해당 사건을 뒤늦게 인지하면서 대응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3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종전선언’ 제안이 들어간 것을 두고 외교부가 연설 내용이나 순서를 변경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강 장관은 “23일 낮 언론 보도를 통해 사안을 처음 인지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 '관계장관'인데도 몰랐다는 뜻이다. 조 의원은 “남북관계에 엄청난 사건이 생겨서 중요한 연설을 그대로 보낼지 말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외교부 장관 몰랐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장관은 지난주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온 뒤 재택근무를 하느라 23일 새벽 긴급히 소집된 관계장관회의에 불참했다.



김 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한 것을 두고도 여야는 해석을 달리했다.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이렇게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던 걸로 알고 있다”며 “전문 한 건에 두 번씩이나 미안하단 입장을 밝힌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문의 진위부터 의심했다. 태영호 의원이 “우리 국민이 살해됐는데, 김정은의 편지 한 장을 가지고 '얼마나 신속하냐' 하면서 가해자 입장을 더 두둔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당이 가해자 편을 들었다는 표현은 굉장히 위험하고 저희 당 의원들의 사고와 인식을 모독 ㆍ폄훼하는 것”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태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


양진하 기자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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