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캐나다가 벨라루스 부정선거 의혹과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장기집권 기회를 준 지난달 9일 대선이 조작됐다는 의혹에 50일 가까이 수도 민스크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통신은 익명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빠르면 25일에 3개국이 공동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1일 미 국부부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미국이 부정선거 및 폭력적 시위 진압과 연루된 벨라루스인 7명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제재 대상이 8명이라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의회에서 동맹국인 미국ㆍ캐나다와 함께 벨라루스 제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번 제재가 시행되면 루카셴코에게는 가장 타격이 큰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국가들은 부정선거 의혹이 제시된 이후 줄곧 루카셴코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았고 시위대를 지지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이 지난달 31일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으나 효력이 약했고, 유럽연합(EU)은 공동 제재를 추진했으나 회원국 키프로스의 거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루카셴코는 지난 23일 예고없는 '도둑' 취임식을 강행했다. 6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 이와 관련 EU 측은 "위조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이른바 취임과 루카셴코가 주장하는 새로운 임무는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앤드루 와이스는 로이터에서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은 정권 차원의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고자 했지만, 23일 민스크에서 벌어진 경찰 폭동을 보면 서방 정책은 실패했다"고 벨라루스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9일부터 현재까지 시위대 1만2,000여명이 체포됐고, 수백명이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