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 SNS에는 아들딸 사진 가득…동료  "월북 낌새 없었다"

입력
2020.09.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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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4일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씨에 대해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지만, A씨는 최근까지 평소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이어왔다. 최근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활발히 본인 일상을 공유했던 A씨를 두고 그의 동료와 가족은 "월북 낌새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A씨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최근까지 SNS 활동을 활발히 한 흔적이 드러나 있다. A씨는 지난 12일에도 페북에 영화 관련 영상을 올렸다. 특히 SNS를 통해 지인들과 소소한 일상을 자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엔 전남 목포의 한 미혼모 주거지원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관련 사진을 여러 장 올렸고, "고생했다", "훌륭하다"는 지인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A씨는 바다로 일을 하러 나갔다가 찍은 사진이나 본인 프로필 사진도 자주 올리곤 했는데, 지인들은 A씨 프로필 사진에 "해양수산부 장관이 될 관상"이라며 농담 섞인 댓글을 남겼다.

가족 사랑도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 SNS엔 아들과 딸 사진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 딸과 함께 안고 찍은 사진부터 지난 2월엔 딸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올리며 "생애 두번째 스케이트 타는 딸"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지난해 크리마스 이브날엔 트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딸 사진을 여러장 올리며 '꽁주'라며 '공주'를 애교 있게 표현하기도 한다.

A씨의 SNS에서 특별히 업무 고충이나 어려움 등을 토로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연평도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올리거나 지난해 2월 국학원에서 제작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포스터를 공유한 걸 보면 A씨는 공무원으로서 애국심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A씨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도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표했다. A씨의 친형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가) 실종되어 해상 표류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북한까지) 헤엄쳐서 갔다?"라고 적으며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왜 (월북이라고) 콕 집어 특정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A씨의 직장 동료 B씨도 "평소 A씨가 월북하려 했다는 낌새를 전혀 못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2년 기능직 9급 선박항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서기다. A씨는 몇 년 전 연평도에서 근무한 적이 있지만 인사이동으로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이번에 새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다시 연평도 인근을 관리하는 '무궁화 10호' 어업지도선에 승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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