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대기업도 "나 물린건가"… 니콜라·나녹스 사기 의혹에 ‘패닉’

입력
2020.09.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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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소전기트럭 업체 니콜라에 이어 이스라엘 디지털 X선 기술업체 나녹스(Nano-x)까지 ‘사기 의혹’에 휘말렸다. 이들 업체의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국내 '서학개미(해외 주식 직접투자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美 공매도 투자세력 "나녹스 영상 조작”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공매도 투자세력 머디워터스는 트위터를 통해 “나녹스가 주식 외에는 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녹스가 △니콜라처럼 데모 영상을 조작했고 △차세대 영상촬영기기(ARC)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사진으로 조작한 데모 영상을 만들었으며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기업공개(IPO)의 배후에 있다고 밝혔다. 머디워터스는 올해 초 ‘중국판 스타벅스’라 불리던 루이싱 커피의 회계조작 의혹을 폭로해 나스닥 상장폐지를 이끌어낸 업체다.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나녹스는 의료기기 회사다.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로 CT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주가가 상장 첫날 21.7달러에서 지난 11일 64.19달러로 3배나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공매도 행동주의 투자 세력인 시트론리서치가 “나녹스가 특허는커녕 작동하는 시제품도 없다. 미국 식약처(FDA) 제품 승인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머디워터스까지 저격수로 나서면서 최근 주가는 30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나녹스 측이 “시트론 보고서가 억측으로 가득차 있다”고 반박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앞서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도 지난 10일 공매도 세력으로부터 사기 의혹을 제기받고 휘청거리고 있는데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는 셈이다.


개미들에 대기업까지 '단체 멘붕'

니콜라와 나녹스 사기 의혹이 커지자, 국내에선 주요 대기업들까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한화그룹은 미국 수소시장 진출을 노리고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1억달러(약 1,160억원)를 투자했다. 이들이 가진 지분은 6.13%다.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때 보유 지분의 가치가 7배나 뛰기도 했지만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이들 계열사 주가는 22% 넘게 빠진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니콜라 투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결정한 만큼 일각의 주장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나녹스에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2,3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한 2대 주주(지분율 5.8%)다. SK텔레콤 측은 “나녹스의 기술력을 충분히 자체 검증했다”며 “파트너십에 변화가 없고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투자 안목을 믿고 뒤따라 돈을 넣었던 서학개미들도 초조해 하고 있다. 지난 6월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21일까지 2억831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21일 하루에만 주가가 19.33% 폭락하면서 서학개미의 주식 가치는 339억원이나 줄었다.

나녹스 역시 국내 투자자들이 23일 기준 1억842만달러(약 1,262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기업이 앞장서 투자해 믿을 만한 줄 알았는데 다 함께 사기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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