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美 시애틀 개장… 코로나 불황 속 확장 이유는?

입력
2020.09.24 11:17
롯데, 해외 호텔 12개…미국만 3개 운영
신세계, 내달부터 국내 신규 호텔 5개 개장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 가치 높여야"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 빌딩에 '롯데호텔' 간판이 걸렸다. 뉴욕, 괌에 이은 롯데호텔의 미국 내 3호 호텔이자 12번째 해외 호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6월이었던 개관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던 상황이었지만 호텔업의 핵심 경쟁력은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서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점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 개관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은 시애틀 다운타운 중심부 44층 높이 빌딩의 1층부터 16층 총 189실(스위트룸 33실 포함) 규모로 롯데호텔 시애틀이 24일(현지시간)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호텔 내부에는 12개의 미팅룸과 연회장도 마련돼 있다. 대규모 국제회의와 국빈 행사 등을 위한 대연회장은 원래 자리하고 있던 100년 역사의 3층 규모 예배당을 개조해 만들었다. 16층 레스토랑&바에선 시애틀 다운타운과 바다, 산을 함께 내려다볼 수 있고 최고급 스파 서비스를 비롯해 저녁 시간 외출하는 고객에게 향수를 뿌려주는 '향수 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롯데호텔 시애틀 개관으로 해외에서 운영 중인 롯데호텔은 전 세계 7개 국가 총 12개로 늘었다. 2010년 9월 모스크바 오픈을 시작으로 1년에 평균 1개 이상의 해외 호텔을 개관한 셈이다. 국내까지 포함하면 총 32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게 됐다.

올해는 코로나19 불황으로 출장, 여행 등이 막히면서 호텔업은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지만 유통 대기업들의 호텔 확장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부산 해운대구와 서울 중구, 제주 서귀포시, 경기 성남시, 서울 강남구 등 5곳에 신규 호텔을 차례로 연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호텔 추가 개관을 서두르는 건 글로벌 호텔 체인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확보해야 사업 확장 및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에 머물러서는 건물 소유와 운영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위탁운영하거나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얻는 방식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 리츠칼튼, 쉐라톤, JW메리어트 등 30여개 호텔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강남과 판교 신규 지점도 메리어트와 브랜드 제휴 방식을 택했다. 독자 브랜드로 성장하기 전까지 메리어트가 가진 세계적인 예약 네트워크와 멤버십 혜택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새로 문을 연 롯데호텔 시애틀의 경우 인근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와 애플, 디즈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 워터프론트, 시애틀 아트 뮤지엄 등 주요 관광명소도 도보 10여분 거리에 있다. 비즈니스 고객과 관광객 모두에게 접근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표적인 명소에 간판을 걸었다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필요한 거점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식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 브랜드라는 자긍심을 갖고 감동을 전하는 한국적 서비스를 전파해 국내 호텔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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