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 프랑스오픈 출격... 조코비치 누를까

입력
2020.09.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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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신'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ㆍ2위)이 흙에서 또 한번의 우승을 노린다. 비록 지난주 1년 4개월 만에 클레이코트에서 패배를 맛봤지만, 나달의 '텃밭'인 프랑스오픈이기에 노바크 조코비치(33ㆍ세르비아ㆍ1위)의 상승세를 꺾고 4연패 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나달은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 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총상금 3,800만유로) 출격을 앞뒀다. 당초 프랑스오픈은 5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4개월 가량 연기돼 올해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대회로 9월 말에야 막을 올리게 됐다.

클레이코트의 강자인 나달은 프랑스오픈을 기다려왔다. 클레이코트는 하드코트나 잔디코트에 비해 탄성은 크지만, 공이 한 번 바운드 되면 스피드가 떨어진단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강서브를 무기로 한 선수보단 나달처럼 빠른 발을 갖춤과 동시에 지구력이 좋은 선수들이 강세를 띈다. 실제로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만 12번 우승컵을 들었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회 3연패 기록을 작성했다.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 4연패에 성공한다면 테니스의 살아있는 레전드 로저 페더러(39ㆍ스위스ㆍ4위)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20회)와 타이를 이루게 된다.

문제는 경기력을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다. 나달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가 미국에서 재개됐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TP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 웨스턴 서던 오픈부터 US오픈까지 불참을 선언했다. 공식 대회 출전 없이 프랑스오픈 준비에 집중하던 나달은 지난주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클레이코트 대회인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로마오픈)에 처음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8강 탈락. 계랭킹 15위 디에고 슈와르츠만(28ㆍ아르헨티나)을 상대로 실책을 30개나 범하며 0-2(2-6 5-7) 완패였다.

반면 라이벌 조코비치는 지난달 30일 웨스턴 서던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4일 만에 로마오픈 우승컵도 품에 안았다. 그는 로마오픈 결승전에서 나달을 꺾고 올라온 슈와르츠만을 상대로 2-0(7-5 6-3) 완승을 거뒀다. 우승의 기쁨과 동시에 나달이 갖고 있던 마스터스 시리즈 최다 우승기록(35회)도 깼다. 비록 조코비치가 프랑스오픈 우승 경험이 2016년 딱 한 번이었다고 해도, 올 시즌 실격패 한 번을 제외하곤 모든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는 조코비치의 상승세는 나달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을 꺾은 슈와르츠만도 조코비치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로마오픈 종료 이후 기자회견에서 '누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조코비치는 올해 코트에서 한 차례도 진 적이 없다"며 "그래서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칠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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