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양현종(32)은 9월 들어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다. 1승만 보태면 이강철(10년) 정민철 장원준(이상 8년) 유희관(7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7년 연속 10승 금자탑을 세우지만 8월 28일 SK전 승리 이후 줄곧 9승(7패)에 묶였다. 이달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차례 등 평균자책점 3.27로 마운드를 지켰으나 승리 없이 1패를 떠안았다.
팀 에이스의 아홉수에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 경험을 소환하며 에둘러 양현종을 격려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뛴 그는 “나도 겪어본 일”이라며 “299홈런에서 300홈런으로 갈 때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빅리그 올스타 5회,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4회 수상, 통산 378홈런에 빛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답게 아홉수 클래스도 남달랐다.
윌리엄스 감독은 애리조나 시절인 1998년 9월2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솔로포로 통산 299홈런을 장식했다. 그리고 300홈런은 약 6개월 만인 이듬해 4월7일 LA 다저스전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상대로 1점 홈런을 치며 작성했다. 경기 수로 따지면 1998시즌 종료 전 마지막 2경기째 299홈런, 1999시즌 개막 2경기째 300홈런이 나왔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오래 걸린 기간을 아홉수로 여겼다.
그는 “(300홈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점점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럴 때는 항상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기록에 연연하기 보다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현종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22일 키움전에서 양현종은 한 점도 안 내주고 싶었을 테지만 좋은 투구를 했다. 나도 만족스럽고 선수도 만족할 만한 피칭”이라며 “모든 구종이 예리했고, 날카롭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네 번의 10승 도전에 실패한 양현종은 27일 광주 롯데전에서 4전5기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