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신속 검거, 베트남 공안 적극 협조 있었다

입력
2020.09.23 20:51
하노이 공안, 에이스급 수사관 호찌민에 급파
운영자는 하노이로 즉시 이송돼 구치소 수감
韓경찰 25일 도착 예정... 항공 정상화도 기대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게재한 온라인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의 검거 과정에 베트남 공안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경찰은 이르면 25일 베트남에 도착해 체포된 운영자를 송환할 계획이다.

23일 베트남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운영자 A씨를 검거한 현지 공안은 하노이 중앙본부 소속 '에이스급' 베테랑 수사관들이었다. 한국대사관과 경찰이 지난 8일 본국에서의 논란 등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한 검거를 부탁하자 중앙본부 차원에서 특별 수사인력을 호찌민으로 급파한 것이다. 이들은 호찌민 도착 즉시 한국 경찰의 첩보와 공안조직의 정보망을 바탕으로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망을 좁혀가던 공안들은 전날 주베트남 호찌민 총영사관 측이 현지 교민들의 전언을 바탕으로 A씨 행적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하자 즉시 현장에 출동해 A씨를 붙잡았다.

호찌민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베트남 공안이 이렇게까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공조 수사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한국 측의 강력한 의지를 본 공안당국이 양국 우호관계를 감안해 특별히 신경을 더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검거된 A씨는 이날 오전 하노이시로 이송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베트남 형사절차법상 외국인 범죄자의 경우 최대 9일까지 추가 체포영장 없이도 구금이 가능하다. 다만 열흘이 지나면 베트남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새로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이르면 25일부터 한국과 베트남 왕복 항공편이 정기 운항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경찰이 2주 격리를 감수하더라도 첫 비행편으로 바로 입국할 예정이라 내달 중순에는 A씨의 한국 송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ㆍ운영하며 디지털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피의자 신상정보를 무단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앞서 한국 경찰은 지난 5월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수사에 착수, 지난달 6일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경찰은 지난 7일 A씨가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 베트남 공안부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부서)에 A씨 검거를 요청하는 한편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