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와 대립각' 日 기자 "정보공개, 더 후퇴할까 걱정"

입력
2020.09.24 09:00
"스가 총리, 관료와 언론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에 맞추길"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서는 정보 공개가 아베 정권 때보다 더 후퇴하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는 최근 '스가 새 총리에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모치즈키 기자는 2017년 6월 스가 총리가 관방장관이던 당시 기자회견 때 스물세 차례나 집요하게 질문을 퍼부으며 화제가 됐다. 모치즈키 기자를 두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본 언론 자유의 상징', '권위주의적 일본 정부에 맞서는 영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배우 심은경에게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모치즈키 기자는 "2017년 6월부터 관방장관 회견 취재를 하고 있다"며 "스가 정권에서는 관료들이 제 할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분위기가 강해져 아베 정권보다 정보 공개가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치즈키 기자는 그 근거로 스가 총리의 관료와 언론에 대한 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먼저 스가 관방장관 시절 내각 인사국을 통해 관료 인사를 철저하게 통제했다고 전했다. 본인의 뜻에 반대하는 인사는 좌천시켜 왔기 때문에 '스가에게 찍히면 출세할 수 없다', '이상하더라도 이상하다고 지적할 수 없게 됐다'는 등의 말이 불문율로 통했다는 것이다.

모치즈키 기자는 이어 "스가 총리는 관료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2018년 12월 오키나와 헤노코(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미군 비행장 건설 예정지) 매립 공사와 관련해 스가 관방장관에게 질문을 했는데 이틀 뒤 도쿄신문 편집국장 앞으로 질문 내용에 대한 항의문이 도착했다는 것.

그는 "신문에 질문한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를 게재하자 관저로부터 항의는 그쳤다"며 "회사에 항의하고 기자클럽에도 항의문을 붙이면서 기자들의 추궁을 피하려는 의도였다. 미디어를 관리하려고 하는 스가 총리의 움직임은 예전보다 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또 "스가 총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피했다"며 "총리로서 언론 앞이나 국회에서 한 답변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식이 부족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치를 펴길 바란다"며 "질문을 받을 때 국민에게 친절하고 감동을 주는 정치가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화 신문기자는 모치즈키 기자가 쓴 동명의 저서 '신문기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정부 권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기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성장하는 과정과 아베 정권과의 대립을 담은 내용으로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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