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턱스크', 매대엔 채소뿐... 추석 앞둔 北  장마당

입력
2020.09.23 21:00





중국과 인접한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시장) 풍경이 22일 공개됐다.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5일 중국 지린성 창바이 조선족자치현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해 포착한 사진 속에는 보따리를 머리에 인 여성들과 아이를 정겹게 안은 아버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주민 등 시장통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특히, 주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 쓴 '턱스크' 착용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얼핏 보면 장마당 거리가 인파로 붐비는 등 활기찬 느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암울한 경제 사정도 엿보인다. 골목에서 파는 물건이라고는 배추와 호박, 가지, 사과 등 농산물이 전부인데, 그 마저도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양이 적다. 담배가 진열된 매대에는 손님이 없고, 길가에 나란히 쪼그려 앉은 주민들 사이로 물건 운반용 빈 리어카 여러 대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돼 있다. 남루한 차림의 주민들 사이를 헤치며 군용 지프가 지나는 모습은 마치 남한의 50~60년대 생활상을 보는 듯 하다.

탈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파로 붐비는 장마당에 물건이 거의 보이지 않는 데는 당의 수시 단속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장마당에선 생필품이나 고가의 전자제품도 거래가 되나,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만큼 공개된 장소 대신 장마당 주변 살림집에서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고가의 전자제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추석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생필품이든 농산품이든 공급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통해 북한의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임을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실상에도 불구하고 장마당 인근 전기발전 시설로 보이는 건물 외벽엔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가 선명하게 걸려 있다. 최근 평양 시내거리에서도 '자력부강, 자력번영' 등의 대형 슬로건이 포착됐는데, 피폐할 대로 피폐한 주민 생활과는 분명 커다란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날 공개된 장마당 사진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거의 모든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마스크로 입만 가리거나 턱 밑까지 내려 쓰는 '턱스크'가 대다수였다. 외신 또는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져 온 평양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변방 지역인 만큼 추상 같은 당의 지시와 달리 방역에 대한 체계적인 지침이나 주민들의 인식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당 일꾼들의 직위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와 경제 제재, 수해 등 삼중고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최고지도자의 정책 실패 책임을 당 간부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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